초겨울문턱에 들어서면서 연국계에 대작공연붐이 일고있다. 한시대를
풍미했던 대문호들의 작품이 공연되고 있거나 연극무대에 잇달아 올려질
예정으로 있는것.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은 이탈리아 희극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드라골라''(마키아벨리 작)를 비롯 ''닥터 지바고''(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작), ''에쿠우스''(피터쉐퍼 작), ''여관집 여주인''(카를로
골도니 작), ''미스줄리''(스트린드 베르히 작) 등 5편.

이처럼 대작공연이 11월과 12월에 걸쳐 거의 동시에 잇달고 있는것은
연극관객층이 점차 다변화되고 있는 가운데 극단들이 연말특수를 겨냥,
수준높은 관객들을 끌어들이기위한 방편에서 비롯된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번공연은 연극팬들에게 모처럼 세계적인 작가들의 대작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로 기대를 모으고있다.

특히 "미스줄리"는 폴란드의 국립극단인 비브졔제극단이 극단산울림의
초청으로 내한, 17일부터 공연중에 있어 유럽연극의 진수를 보여주고있다.

한국연극배우협회가 오는 12월3일부터 24일까지 국립극장소극장무대에
올릴 "만드라골라"(심재찬연출)는 "군주론"으로 유명한 16세기
이탈리아의작가 마키아벨리의 작품으로 중세유럽국가의 도덕성,개인의
윤리관을 풍자했다. 늙은 판사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에 반한 젊은 청년이
동네의 사기꾼, 신부및 하인의 도움을 받아 갖은 장애물을 극복하고
우스꽝스런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그여자를 유혹하는데 성공하고 극중
모든 인물이 축복하는 가운데 옥동자를 분만한다는것이 줄거리. 전통적인
희극과 다른점은 여주인공을 어떠한 조건하에서도 남편을 배반할 의사가
전혀 없는 정숙한 여자로 그려내고있다는 점이다.

이진수 박웅 오영수등 중견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에쿠우스"(김성노연출,11월19일~94년1월18일,실험극장전용극장)는 지난
9월 압구정동에 전용극장을 재개관한 극단 실험극장이 두번째로 마련한
작품으로 75년9월 운니동개관당시 첫공연을 가진이래 이번이 여섯번째.

초연때 전공연좌석매진과 1천회공연돌파라는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26마리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마굿간소년 알런의 괴기적범죄를 소재로
한 이작품은 말과 알런의 원시적교감에서 비롯되는 원초적생명력의
분출,인간의 원초적상태와 종교적윤리관사이의 갈등,현대사회의 모순과
위선등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다이사트역에는 이호재씨가,알런역에는
유상, 질역에는 장유리씨등 신인이 캐스팅됐다.

오는 27일부터 12월10일까지 문예회관대극장에서 공연될 "닥터지바고"
(이재현각색연출)는 58년 노벨문학상수상자인 구소련 파스테르나크의
소설을 각색한 것으로 공산주의혁명속에서 죽어가는 러시안인텔리의
비극적인 운명과 몰락해가는 지성의 내면생활을 추구한 작품이다.
정동환씨가 지바고역을 맡는등 극단 부활의 단원들이 앙상블을 이룬다.

현재 국립극장소극장에서 공연중인 국립극단의 "여관집여주인"(11월26일
까지)은 이탈리아의 18세기작가인 골도니의 대표적 희곡이고 폴란드
비브졔제극단의 "미스줄리"(11월26일까지,산울림소극장)는 스웨덴의 작가
스트린드 베르히가 1890년대에 발표한 작품이다. 연극평론가 김미도씨는
"역량있는 극단들에 의해 대작공연이 이처럼 잇달고있는것은 관객들에게
대작을 감상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것인만큼 바람직한 현상"
이라고 밝혔다.

<신재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