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까지 우리 관료사회가 유교문화 영향으로 권위주의적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그러나 이같은 세간의 인식을 부인하는 주장이 며칠전에
발표되었다. 총무처 산하 한국행정연구원의 황성돈수석연구위원이
"유교사상과 아시아의 관료문화"라는 주제로 개최된 학술심포지엄에서
자신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주장한 것이다.

그는 공무원 7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업무처리능력은 모자라지
만 복종심이 강한 사람과 복종심은 약하지만 업무능력은 확실한 사람중
누구를 쓰겠느냐"는 질문에 후자를 선택한 공무원이 74.8%나 되며 전자를
택한 경우는 25.2%에 불과했고 또 "사적인 술자리에서까지 상관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항목에 대해서는 찬성이 56.9%, 반대는 21.9%에 지나
지 않았다는 것을 그 근거로 삼고있다.

그러나 이 조사결과에는 언뜻 납득할수없는 부분이있다. 설문자체가 애매
모호할뿐 아니라 공무원 개인으로서 당연히 예상되는 방향으로 답변을 유도
하지 않았나 싶기 때문이다. 가령 상급자로서는 정도문제는 있겠지만 업무
처리능력이 떨어지는 부하보다 업무능력이 확실한 부하를 선호하는 것은
상급자의 실적을 위해서도 당연한 일이며 또 술자리에서도 지나치게 무례
하지만 않다면 상관대접을 받지 않는것이 술자리의 분위기를 위해서도
바람직스런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관료사회가 권위주의적이라는 견해는 실증적 타당성이 없고 서구인들
의 부정적 평가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라는 설문조사분석은 근거가 박약
하고 너무 단락적이 아닌가 싶다. 오히려 같은 설문조사중에서 우리 공무원
의 77.3%가 행정은 형식과 절차만 지키면 된다는 반응이 우리 관료사회의
형식주의적 사고를 상징하는 것으로 중시해야 될 점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23개 정부투자기관과 99개 출자회사의 통폐합및 민영화작업이 이들 기관을
관할하는 각 부처의 이기주의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부처이기주
의야 말로 관료사회의 대표적인 권위주의적 전형이라 할수 있다. 천문학적
누적적자를 안고있던 일본국유철도가 분할 민영화된후 금년 10월에 JR동
일본의 주식이 상장되었고 내년도에는 JR동해와 JR서일본이 상장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