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쓰마의 감자같은 놈들아!고요돈가 지랄인가 하는 떼강도놈들을
모조리 잡아서 넘겨라!" "불량배들을 끌어모아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쓰마놈들은 불량배들보다도 못한 썩은 감자다!곯아터진 감자라니까!"
"대문을 열어라! 모조리 잡아서 인도하지 않으면 불바다를 만들어
버린다!알겠느냐?이 감자들아!"
막부 진영의 군사들이 소리소리 외쳐대자,번저안의 사쓰마 번사와
낭인들도 고래고래 응수를 해댔다.

"막분가 뭔가는 물렁 호박이다!다 끝장난 호박들이 무슨 악다구니냐!"
"물러가라!세상은 바뀌었다!왕정복고의 대호령을 모르느냐?막부고 쇼군이고
이제는 다 소용없어!처량하게 됐다니까!" "우리는 당당한 황군이다!황군에
대항하면 역적이라는걸 모르느냐?이 호박들아!" 서로 악을 쓰듯
소리쳐대다가, "와-죽여라-" "불을 질러라-" "사쓰마놈들을 모조리 작살을
내라- 와-"
요란한 함성과 함께 막부 진영의 군사들은 마구 담을 뛰어넘어 우루루
쏟아지듯 번저 안으로 쳐들어갔다.

사쓰마 번저안에는 번사와 낭인들이 백오십명 가량 있었다. 공격하는
막부 진영군사는 그 열배나 되는 수효였다. 또 하나의 공격 목표인
사도하라 번저쪽에 오백명 가량을 보냈던 것이다.

십대일의 싸움이니 판세는 뻔했다. 사쓰마의 번사와 낭인들은 사력을
다해 싸웠으나,한사람이 열 사람을 당해낼 길이 없어서 수없이
쓰러졌고,도리없이 나머지는 줄행랑을 놓기 시작했다.

육군봉행 오구리다다마사는 몸소 작전을 지휘하려고 마상에 몸을 싣고
복면을 하고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숲속에서 기습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곁에 대령하고 있는 쇼나이 번군의 지휘관에게, "포격을
개시하라!" 하고 명령을 내렸다.

쇼나이 번군은 대포까지 두대를 끌고와 있었던 것이다.

쾅! 콰쾅!곧 포성이 울렸다. 사쓰마번저의 지붕이 순식간에 박살이
나고,불길이 솟았다. 불길은 온통 번저안의 모든 건물을 삼킬듯이 시뻘건
혓바닥으로 핥으며 훨훨 번져나갔다.

콰쾅!쾅!쾅!.포성은 에도의 새벽 하늘을 쩌렁쩌렁 뒤흔들었다. 그리고
메아리가 되어 멀리멀리 우뢰소리처럼 울려나갔다.

해가 돋을 무렵에는 사쓰마 번저는 깨끗이 잿더미로 화하고 말았다.
사도하라 번저 역시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