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가 22일 확정한 UR(우루과이라운드) 금융분야 개방계획서는 그동안
내부적으로 진행해 왔거나 미국등 특정국과 쌍무적으로 협의한 각종
금융산업 자율화 및 규제완화 조치들을 다른 나라에도 차별없이 적용하겠다
는 국제적인 약속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 6월 발표한 블루프린트(제3단계 금융자율화 및 시장개방 계획)
의 일부 내용을 UR협상안에 포함시키고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는 규제조항
들의 기준시한을 6월말에서 오는 12월말로 수정함으로써 상당히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태도는 금융시장개방에 관한 당국의 시각이 종래와는
달라졌음을 엿보게 한다. 우선은 우리경제의 진로를 모색하는 기본적인
틀에 변화가 있었음을 들 수 있다. 최근 범정부적으로 발표한 국제화
전략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경제가 현재 처해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대외지향" 밖에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대외적인 입지도 고려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UR협상 타결시한이
오는 12월15일로 임박해 온 시점에서 여전히 내부사정을 이유로 "국내산업
보호"를 고집할 경우 자칫하면 국제적인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UR협상의 타결을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것을
선진 각국들에 확인시키겠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공산품과 서비스분야에서
개방폭을 최대한으로 확대하는 대신 입지가 약한 농산물 분야에서 보호를
받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또 그동안 우리정부가 발표한 각종 시장개방
계획의 문구가 애매모호해 국제시장에 불신감이 있었다는 지적도 반영됐다.

어쨋거나 이번 UR개방계획서에 삽입된 내용은 더이상 규제를 강화하거나
되돌이킬 수 없게 된다. 예컨데 최근에 취한 제2단계 금리자유화로 아무리
부작용이 일더라도 다시 자유화대상을 줄일 수 없다는 얘기다. 또
CD(양도성예금증서) 발행에 관한 각종 제한이나 보험 신탁등에 대한
규제들도 현존 규제의 내용이 명문화돼 앞으로는 지금보다 "완화"만이
가능해진다.

현존규제유지(standstill) 기준시기를 12월로 규정,앞으로 연말안에
시행하는 각종 규제완화조치는 다른 나라에도 예외없이 허용해야 하는
부담도 생겼다.

물론 유보조항이 있기는 하다. 미국이나 일본등이 우리나라에 대해
최혜국대우 원칙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엔 개방계획서를 철회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첨부했다는 설명이다.

또 이번 UR 금융분야 개방계획은 대부분이 이미 확정돼 시행중이거나
쌍무적인 협상의 결과를 다자간 협상으로 명문화한 것일 뿐 새롭게 시장을
여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은게 사실이다. 오히려 이번 계획에 반영된 수준
보다 가급적 개방과 자율화를 앞당겨 새행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기도
하다.

결국 당장 큰 부담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정책 운용에
"족쇠"가 채워지고 그만큼 경제정책 운신의 폭이 제한당한다는 점에서
금융시장 개방이 다른 거시적인 경제운용목표를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만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