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싸움에서 죽은 사쓰마 번저의 전사와 낭인은 도합 사십구명이었다.
사이고가 보낸 두 사람의 공작원 가운데서 마스미쓰는 붙들리는 몸이
되었고,이무다는 간신히 포위망을 뚫고 도망칠수가 있었다.

삼십여명과 함께 도망쳐나온 이무다는 번저에서 별로 멀지않은 해안으로
가서 그곳 바다 가운데에 닻을 내리고 있던 번선 쇼호마루를 타고 오사카
쪽을 향해 도주했다.

막부의 군함 세 척이 추격하며 포격을 가했으나,결국 놓치고 말았다.

그날 오후 에도성에서는 중신들의 회의가 개최되었다. 사쓰마 번저를
불태워버렸으니,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지,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그자리에서 오구리는 토살전을 주장했다. 즉각 군사를 이끌고 오사카로
가서 그곳 막부군과 합류하여 교토 진격을 개시해서 사쓰마 놈들을 모조리
무찔러야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정국도 요시노부 쇼군이 뜻하는대로
바로잡아 나갈수 있다고 하였다.

오구리의 주장에 정면으로 맞선 것은 해군보행인 가쓰야스요시였다. 그는
말했다.

"그것은 감정에 치우친 생각입니다. 교토로 진격을 하면 사쓰마 번군만을
상대하게 될 것 같습니까? 조슈 번군이 가만히 있을것 같으냐 말이에요.
결국 조정을 상대로 한 전쟁이 되고말게 뻔합니다"

"도리가 업죠. 이 기회에 무력으로 반막부 세력을 정벌해서 정국을 역전
시키는 수밖에요. 평화적인 수단으로는 불가능 하니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미 국가의 체제가 바뀌었어요.
왕정복고가 이루어졌다 그겁니다. 우리 쇼군께서도 대정봉환을 선언
했었고요.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사태를 해결하도록
해야지,무력을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전쟁을 하는 것만이 도쿠가와 가문을
살리는 길은 아니라 그거예요. 그러다간 자칫하면 오히려 가문을 멸망
시킬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오사카에 머물고 계시는 쇼군께 에도로 돌아
오시도록 해서 조정에 대하여 대결의 자세를 버리고,순응하는 태도를 보
여야 합니다. 그리고 정치 협상으로 결말을 짓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사쓰마와 조슈측을 설득하러 교토로 갈 수도 있어요"

"안돼요. 그건 굴욕입니다. 막부를 타도하려는 자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일
밖에 안된다 그거예요. 절대로 그럴 수는 없어요"
오구리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다른 중신들은 아무도 입을 떼려고 하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