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 12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후 일주일 동안 92년도 결산을 다뤘는데 새정부가 집행한 것도 아니고
"이미 쓴 돈이니"하며 예나 다름없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넘어갔다. 쫓기는
일정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19일부터 시작된 새해예산안에 대한 심의과정을 지켜보노라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야당인 민주당은 안기부법과 정치관계법의 회기내 처리와 추곡수매등을
예산안과 연계하다보니 시간끌기에 여념이 없고 여당인 민자당은 적당히
넘어가다 시한이 되면 되겠지 하는안일한 사고에 젖어 있는것 같다.

형식적으로는 예년과 달리 장시간 정책질의도 펼치고 곧이어 부별심사와
계수조정작업도 벌이게 될것으로 보이지만 올해에도 실질적인 심의는 이미
물건너갔고 연례행사처럼 막바지 "정치적" 협상만 남겨놓고 있다.

그간 정책질의를 한답시고 너도 나도 나서 하는 얘기는 본말에 벗어나는게
대부분이었다.심하게 얘기하면 말장난도 많았다.

수매가를 정부안보다는 무려 5~6배나 올려야 한다느니 한국은행에서
차입해서라도 수매량을 늘려야 한다느니 하며 농촌출신 여야의원들은
추곡수매문제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정치관계법특위에서 다루고
있는 안기부법이 예결위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쟁점이 될 이유도 없었다.

이들 의원들의 발언이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과연 이들이 노리는 바가 무엇이었겠느냐 하는 점이다.

이경식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이나 허신행 농림수산부장관등 국무위원
들도 "개미 체바퀴 도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때로는 답변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나와서는 "추후 파악해 보고
드리겠다"며 순간만 넘기면된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보니 의석으로부터는 듣기 거북한 인신공격성 발언이 속출했고
여야의원들간에도 회의진행을 놓고 욕지거리에서 때로는 멱살잡기 직전까지
가는 추태가 연출되기도 했다.

문민정부 출범으로 국회도 뭔가 조금은 달라지겠지 하던 일반의 기대는
"역시나"로 끝나고 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박정호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