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밀려들어 올 외화자금을 어떻게 소화해 낼것인가.

총1백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중 해외유입자금을 무리없이
관리하는 방안에 대해 당국이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통화증발보다는 원화절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관심을 모으고 있다.

KDI는 24일 청와대등에 건의한 "94년 경제운영방향 모색"이란 보고서를
통해 내년중 거시경제운영은 성장이나 경상수지흑자보다는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이같이 밝혔다.

KDI는 보고서에서 국내에 유입될 외화자금을 흡수하는 방안에는 크게
통화확대와 원화절상(달러화에 대한 환율하락)등 두가지 방법이 있지만
각각엔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유입된 외화를 환율에 반영시키지 않고 모두 해외부문의 본원통화
증가로 대처하는 것. 이때 원화값은 오르지않아 경상수지와 성장엔
긍정적인 반면 총통화M 증가로 물가불안이 야기되고 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 감퇴요인으로 작용할수 있다고 KDI는 지적했다.

두번째는 외화유입을 원화절상에 모두 반영하는 방법. 한은이 외화를
적극적으로 매입하지 않고 시중에 달러가 그대로 돌아다니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원화값은 올라가고 원화절상폭만큼 국내상품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돼 경상수지는 악화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또 수출증가세 둔화로
성장에도 마이너스효과를 낸다.

유입된 외화를 통화로만 흡수하면 성장은 올라가지만 상대적으로 과중한
물가부담을 안게 되고 원화절상으로만 대응하면 물가안정을 기할수 있지만
성장과 경상수지에선 손해를 볼수 있다는 얘기다. 성장 물가 국제수지등
이른바 "세마리 토끼"중 어느 하나도 간과할수 없는 정책당국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는 셈이다.

이에따라 KDI는 이 두가지 정책을 적절히 조화시켜 어느 한쪽에 부담이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7%대의 적정성장,경상수지
균형,물가안정을 크게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절묘한 정책조합을
이루는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컨데 KDI는 외화급증부담을 통화와 환율에 반반씩 지우는 경우를 하나의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즉 내년에 총1백20억달러의 외화가 추가적으로 들어
온다면 이중 60억달러는 M2 로 흡수하고 나머지 60억달러는 원화절상으로
막는다는 것이다.

KDI는 먼저 통화에서 빨아들여야 하는 60억달러(4조8천억원정도)는 M2의
4.2%수준이므로 내년중 M2관리목표(15.5~18%)에서 이만큼의 국내신용을
줄여 외화자금을 흡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나머지 60억달러를 환율에 반영할 경우 이는 대미달러환율 1.0%의
하락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따라서 내년 환율전망치를 1달러당
8백원으로 약8원정도의 원화절상요인이 발생한다고 KDI는 밝혔다.

KDI는 그러나 내년 경제여건상 성장 경상수지보다는 물가가 걱정인 점을
감안,정책의 주안점을 물가안정에 두는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내년엔 경기가 어느정도 회복되고 경상수지도 10억달러정도 흑자를 달성할
전망이지만 물가는 각종 공공요금인상압력에다 막대한 외화유입등으로
불안요인이 널려있다고 KDI는 지적했다. KDI는 따라서 내년 경제운영은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춰야하며 이를위해 외화관리도 통화팽창보다는
원화절상쪽에서 부담을 더 지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