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자산 과대계상"
지난91.92년 상장기업의 부도가 속출하고 그 여파로 분식회계(회계조작)가
문제가 됐을때 재고자산이 과대계상됐다는 배경설명이 약방의 감초처럼
따라 붙었다. 증권감독원이 이달초 한국강관의 분식결산을 문제삼았을때도
보도자료엔 재고자산과대계상이라는 말이 들어있었다.

일반인들에게는 고도의 분식기법을 가리키는 난해한 전문용어로 들리지만
그 원리는 너무나 간단하다.

예를들어 공장창고에 재고품이 1억원어치가 보관돼있는데 회계장부에는
5억원으로 기재해 재고자산을 고의적으로 많이 있는 것처럼 조작을 했다는
뜻이다.

회계원리상 기업이 한 해의 영업실적을 결산할때 동일한 매출액에서는
재고자산이 많을수록 당기순이익이 부풀어져 나온다.

A회계법인의 심리실장은 분식회계의 90%이상이 재고자산 과대계상에서
출발한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해준다.

"재고자산을 가공하는 것이 공장이나 하청업체가 전국적으로 널려있는
제조업체나 도소매업체의 경우 가장 손쉽고 들킬 위험이 적은 회계분식
방법"이라는 것. 재고자산과대계상이 "선호"되는 이유는 대략 3가지정도로
요약된다.

우선 조작이 간단하다는 것이다. 거래처와 입을 맞출 필요가 없고 자체
적으로 창고에 재고자산이 많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면 그만이다.

둘째 간편한 조작에도 불구하고 분식금액 단위가 크다는 이점이 추가된다.
보통 일반기업에서 재고항목은 단위가 큰 계정이기때문에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킬만큼 "큰 분식"에는 재고를 반드시 건드려야할 정도이다.

셋째 간편하고 고무줄처럼 늘리기가 쉬운데다가 발각될 위험이 적다는
이점까지 곁들여진다.

공인회계사들은 표본조사를 할 수 밖에 없다. 회계사가 재고품을 일일이
헤아리기위해 전국 방방곡곡의 공장과 하청업체를 다 헤집고 다닐 도리가
없기때문에 표본조사에 의존하는 것이 회계감사의 세계적인 원칙이다.

지난 91년 분식회계로 말썽이 된 흥양의 경우 재고자산이 49억원어치
였는데 장부엔 2백40억원어치인 것처럼 기재했다. 또 작년4월 기업공개후
반년도 채안돼 부도가 나 충격을 주었던 신정제지의 경우 원색적인 재고
자산 가공을 했다. 45억원어치의 펄프원재료(재고자산)가 있는 것처럼
장부에 올려 놓았는데 조사결과 정작 펄프원재료가 있어야할 창고는 텅
비어있었다.

시차를 이용해 12월말에 판 제품을 해를 넘겨 1월달에 매출한양 장부에
기재하는식으로 재고자산을 과대계상하는 방법도 있다. 12월말 결산사일
경우 이미 팔려나간 제품인데도 장부상으로는 결산시에도 재고품으로
남아있는 결과가 돼버려 재고자산과대계상 당기순이익증가로 이어지는
분식이 그려진다.

재고품을 이동시키며 눈속임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 예로 지방공장의
재고품을 회계사들이 갈만한 다른 공장의 창고로 옮기고 재고품을 이중
계상해 장부에 올린다.

공인회계사들은 연말 연초의 휴일이 없다. 재고자산의 가공여부를 파악
하기 위해선 연말에 직접 기업의 재고상태를 조사하는 것이 상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5천6백개에 달하는 회계감사 대상법인중 85%가
12월말 결산에 몰려있어 모든 기업의 재고상태를 결산일로 끊어 회계사가
직접 챙길 수 없는 실정이다.

"궁여지책으로 우량한 기업으로 비춰지는 회사는 연중에 재고자산을
파악하고 의심이 가는 기업은 연말에 가서 입회조사를 하죠"(S회계법인
회계사)

한 회계법인의 대표는 공인회계사가 재고조사를 위해 찾아가는 날짜로 그
기업이 회계사업계에서 어떤 점수를 받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고
일러준다.

<양홍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