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류시인 아다 네그리(1870~1945)가 읊은 "눈"이라는 시를 보면
더욱 정감을 느끼게 하는 계절의 선물이 눈이다.
"들판위에 길위에/가볍게 고요히/서로 엉켜/눈이 춤추며 내려온다//끝없는
저 하늘에/흰 옷을 펴고 즐거운듯 춤추며/내려오다 이윽고 피로해 땅위에
쉰다//. 이제 사방엔 소리 하나 없고/세계는 다같이 깊은 망각속에/갇히어
고요로 떨어진다//하나 넓고 막막한 고요속에/마음만은 되살아나/사라진
사랑을 생각한다"
들떠 있던 세상도, 무언가에 쫓기기만 했던 마음도 고요와 평온함을 되
찾게 된다. 때묻지 않은 눈송이가 휘날리는 것을 보고 젊은이들은 환희와
생동감을 느끼고 나이가 지긋한 이들은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면서 조락의
계절임을 새삼 감지하게 된다. 눈은 인간에게 정서를 일깨워 주는 존재
이자 낭만을 불러 일으켜주는 매개물이다.
급격히 불어닥친 산업화의 물결은 눈에 대한 이러한 꿈을 인간으로부터
앗아가 버렸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산성눈의 출현 때문이다. 눈이 오는
날이면 눈을 맞아가면서 길을 걷는 멋도, 식수 대신에 눈을 씹어 먹는
즐거움도 사라졌고 눈사람을 만들거나 눈싸움을 즐겨 하던 어린날의 추억
만들기도 꺼림칙한 일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비를 가리는 우산으로 눈마저 가리고 다녀야 할 판이 되었으니
어쩐지 삭막한 세상이 된것 같은 기분을 떨쳐버릴수 없다.
날이면 날마다 늘어나는 자동차에서 뿜어내는 매연이 숨통을 죄어오고
공장과 빌딩 가정의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시커먼 연기가 생명의 단축감을
느끼게 하는 주변여건이고 보면 대기라고 병이 들지 않을리 없다. 이미
서울이 세계 제2위의 대기오염 도시라는 낙인이 찍힌 것이 그것을 잘
얘기해 주고 있지 않은가.
지난 23일 전국적으로 내린 첫눈의 산성도 측정결과도 해마다 대기의
오염이 더해가고 있움을 보여 주고있다. 특히 대전에는 기준치보다 훨씬
나쁜 강산성 눈이 내렸다고 한다. 포도나 김치의 신맛과 비슷한 산도라니
삼림이나 토양에는 물론 인체에도 유해할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가는 획기적인 대책이 시급한 때임을 다시금 절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