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붙기 시작한 쌀개방논쟁을 지켜보는 청와대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대통령의 성공적인 방미일정을 마치고 잠시 들뜨기까지 했던
분위기가 쌀개방문제로 그만 굳어져버렸다.

더구나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측이 쌀개방에 대한 약속이라도
한것처럼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자 청와대는 이의 해명과 "진실알리기"에
진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다.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이 문제는 상당히
심도있게 논의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최근의 일부 언론보도경향과
관련,관계자들은 "억측"과 "국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태도"
라며 그 파장에대해 "우려"했다는 소문이기도 하다.

청와대가 쌀개방 논쟁이 가열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우려"하고 있는
데는 말못할 속사정도 있을법하다. 다시말해 <>우루과이라운드 연내
타결과 <>쌀개방불가라는 우리정부의 두가지 기본원칙은 사실상 모순의
관계에 있기때문이다. UR의 연내타결을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쌀시장
에대한 개방이 불가피한 실정이지만 그렇다고 현시점에서 이를 수긍할수도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의 코멘트는 현재 정부가 안고있는
고민을 읽게한다. 이관계자는 쌀시장개방을 둘러싼 논쟁뒤에 숨은
"진실"을 묻는 질문에"쌀은 우리에겐 아주 특수한 품목"이라며 "예외없는
관세화에 반대하는 정부의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또 한미정상회담에서 UR의 연내타결을 지지한것은 "농산물문제에
우리나라의 입장이 반영되는것을 전제로 한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책임있는 이 청와대고위관계자의 발언은 다분히 정치적인 발언으로
해석될수 있다. 사실 너무나 빤히 들여다보이는 얘기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믿어지지않는 발언들 때문에 정부의 도덕성이나 진실성이
의심받고 비판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고위관계자를 보좌하는 또다른 관계자의 울분섞인 "항변"을
한번쯤 곰곰이 씹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언론이 주장하고 있는게 뭡니까. GATT를 탈퇴하라는 이야기입니까.
아니면 최종 협상테이블에까지 가지고가야할 "목표"들을 미리 까발려
그것마저 관철이 어렵게 만들자는 겁니까"

<김기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