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완전경쟁의 상황에 있을때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공정거래정책은 완전경쟁을 가장 바람직한 경쟁형태로 보고
현실의 경쟁형태를 가능하면 이에 근접하게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이목표의 달성을 위해 종종 취해지고 있는 조치가 바로 한 산업내에
존재하는 기업들의 수를 늘려 경쟁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미국정부
가 전화산업에서 군림하던 AT&T라는 거대기업을 여러개의 지역전화회사로
분할한 것은 그 고전적 예에 속한다.

근래에 들어오면서 경쟁기업의 수가 많은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에 반기를 들고 나온 사람들이 생겨나 우리의 관심을 끌고있다.
이들은 "경합시장(contestable market)의 모형"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였다. 경합시장이란 그 시장으로의 진입이 완전히 자유롭고 또한
아무 비용도 들이지 않고 그곳에서 탈퇴할수 있는 시장으로 정의된다. 이
처럼 진입과 탈퇴가 완전히 자유롭기 때문에 이 시장에서는 소위 "치고
빠지는"(hit and run)식의 진입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이윤의 기회를
포착하면 지체없이 진입하여 그 이윤을 획득하고 그 다음에는 툭툭 털고
나오면 되는 식의 상황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다.

경합시장에서 영업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와 같은 잠재적 진입자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기업들은 정상적인 수익률을 넘는 이윤을 얻지
못한다. 만약 외부의 기업이 이 시장에 있는 기업들이 높은 수익률을 얻고
있는것을 발견하면 곧 달려들어 이를 잠식해 버릴 것이다.

그 시장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기업들이 정상적인 수익률밖에 얻지 못한다
는 점에서 경합시장은 완전경쟁시장과 닮아 있다. 경합시장이론을 제시한
사람들은 그 밖의 측면에서도 서로 공통된 점이 많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만 쓸 필요는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소수의 기업만 존재한다 하더라도 진입과 탈퇴만 완전히 자유스러우면
완전경쟁이 있었을 때와 똑같은 결과가 나올수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우선 진입과 탈퇴의 자유를 제한하는 여러 장애요소들을 제거하는데 주력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규모의 경제가 현저한 산업에서
는 기업의 숫자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정책이 더욱 좋지 않다. 소규모의
기업이 난립함으로 말미암아 규모의 경제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합시장의 이론이 하나의 신선한 충격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실
에서 경합시장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시장을 찾기는 힘든 것으로 보인다.
진입은 그런대로 쉽다 하더라도 탈퇴에 아무런 비용도 들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이 이론은 그와 같이 현실에서의 뒷받침을 받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