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비롯해 모든 농산물의 시장개방이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세계곡물시장
을 주무르고 있는 곡물메이저(다국적곡물상)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
확실하다.

과거 2차례의 전세계적인 오일쇼크가 국제석유메이저의 배후조종과 농간에
의해 발생했던 점에 비추어 앞으로는 곡물메이저의 농간에 의해 세계곡물
쇼크도 발생할 수 있다.

곡물메이저가 세계농산물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탓에 유통과정이나
거래량을 자의적으로 조절해 곡물가격의 폭등과 곡물의 지역별 품귀현상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정부가 앞장서서 각국의 농산물시장개방에 나서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카길이나 컨티넨탈등 미곡물메이저가 의원들을 상대로 정치권에
압력을 넣고 있기때문이다.

정부를 앞세워 세계곡물교역의 자유화를 일단 확보해놓으면 메이저들은
세계 곡물시장을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UR협상타결로 세계
농산물시장이 활짝 열렸을때 가장 큰 실속을 챙길수 있는 단체가 바로 국제
곡물메이저이다.

특히 세계농산물시장이 공급과점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할때
곡물메이저가 쌀시장이 열린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력은 상상을 불허한다.
가령 쌀흉작을 보였을때 세계의 쌀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메이저들이 쌀수출
을 무기로 우리나라에 대해 다른 농산물의 수입을 강요할 수도 있고 쌀수출
가를 얼토당토않게 올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식량자급도는 지난 70년대초반까지만 해도 거의 자급수준
을 유지했으나 지난해에는 30%대로 급격히 떨어졌다. 그러는 동안 국제곡물
메이저는 국내에 침투,국내의 해외곡물수입량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곡물메이저들의 국내시장 침투상황을 보면 미국계 회사가 33개사로 가장
많고 홍콩계가 16개사,태국계 18개사,호주와 일본이 각각 9개사,스위스계
7개사,캐나다 3개사등으로 모두 1백여개에 달한다.

이들 회사중에는 인공위성까지 동원해 세계각국의 농산물작황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다국적곡물상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컨티넨탈,카길,미쓰이,마루베니등 곡물메이저 선두그룹은 이미 국내의
10대 사료곡물공급회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화이다. 이밖에 국내
대리점으로 위장침투한 메이저들로는 벙기 퍼미 닛쇼이와이등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