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시장 개방을 반대하는 농민과 시민들의 시위가 전국에서 잇따르는
가운데 여전히 미국 캘리포니아산 "칼로스"상표의 쌀이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 암암리에 불법유통되고 있어 농민을 더욱 허탈케하고 있다.

6일 농림수산부와 관세청등에 따르면 강남과 연희동등 서울의 부유층과
송탄 의정부등 미군기지 주변지역에서 미국쌀 판매가 단속의 눈길을 피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서울연희동 S쇼핑센터는 미국쌀을 찾는 주부에게 왜 미국쌀을
찾는지,어디사는지등을 꼬치꼬치 캐묻고는 "단속이 심해 미국쌀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집전화번호를 알려주면 물건이 들어오는데로
연락하겠다"며나중에 말을 바꾸었다.

서부이촌동 한남동 연희동및 남대문시장등에 있는 수입상품 취급점에서도
일반 수입상품 진열대 밑에 미국쌀을 숨겨놓거나 물건은 갖다놓지않고
브로커들에게 연락하는 방법등을 동원,단골에게만 칼로스쌀을 공급하고
있다.

이같이 불법으로 유통되는 미국쌀은 미군PX 판매가격이 지역에따라 다소
다르나 서울의 경우 10파운드(4.54Kg)짜리가 2.63달러(2천1백60원),
5파운드(2.27Kg)짜리는 1.49달러(1천2백20원)로 시중에 많이 유통되는
10들이의 경우 Kg당 4백75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쌀은 미군PX에서 유출돼 Kg당 8백90원에서 9백50원으로 2배이상
뛴 가격에 전문 브로커들에게 1차로 넘겨진다.
또 이들은 빼낸 쌀을 자동차 배달망을 갖추고 단골에게 직접배달하거나
서울강남지역등 수도권의 수입판매점에 대주는 수법으로 4-5배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

또 미군이 쌀의 불법유출을 막기위해 과거에 집중유통됐던 25파운드
(11.34Kg)들이의 국내반입을 지난 91년11월부터 금지하자 최근에는
10파운드짜리가 집중거래되고 있으며 가격도 덩달아 3배이상 뛰었다.

일부 소비자들이 미국쌀을 사다먹는 것은 우리의 일반미보다 값이 훨씬
싸기때문이 아니라 무분별한 외제선호경향에다 식수까지 미국본토에서
대다먹는 미군들의 쌀이니만큼 "무공해"일 것이라는 근거없는
인식때문이다.

서울압구정동에 사는 친구집에서 미국쌀로 지은 밥을 먹어봤다는
황모씨(38.주부.서울양천구목동)는 "쌀시장을 개방해도 누가 미국쌀을
먹겠는가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친구가 미국쌀을 대놓고 먹는데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올해에만 불법으로 유통돼다 단속에 걸린 칼로스쌀은 모두 50Kg에
이르고 있다. 이는 관세청등이 미국쌀에 대한 단속을 강화함에 따라
지난해 단속된 2천여 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미국쌀이 워낙 비밀리에 유통되는 데다 서로 잘알고있는 사람들
끼리 비밀리에 직거래되고 있어 실제로 나도는 미국쌀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일단 포장지만 없애면 칼로스쌀과 우리쌀을 구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단속하기가 여간 어렵지않다는 것이다.
관세청관계자는 "미국쌀에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거래량이 현저하게
줄어들기는 했으나 아직도 일부 시민들이 무분별하게 미국쌀을 찾는
것같다"며 "한.미행정협정(SOFA)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어 단속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조성우정책위원장은 "무공해라는 것도 근거가 없고
밥맛도 떨어지는데 벌써부터 이러니 미국쌀이 우리의 쌀집을 차지할걸
생각하면 그저 암담할 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