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식부총리는 6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협상결과에 대해 불확실한
얘기가 나돌아 협상에 좋지않은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어떤 것도
확정된게 없다"고 단언했다.

"불확실한 얘기"란 다름아니라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을 얻어낼 것으로
예상된다는 신문보도를 지적한 것이라는게 기획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허신행 농림수산부장관이 전날 에스피 미농무장관과의 3차회담을 마치고
"상당한 진전을 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도 좋다"고 언급함으로써 일본을
자극,앞으로 남은 협상에 나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이부총리가 진화에
나선 것이라는 것이다. 혹시나 일본이 미국에게 항의할 경우 미국이 이를
빌미로 강경자세로 돌아설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제기됐었다는 후문
이다. 이부총리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미국과 여러차례 통상협상을 했던
경험이 있는 김철수 상공자원부장관은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을 얻을 것
이란 얘기가 나가면 협상에 좋지 않다"며 과거 301조 협상때 일본 때문에
어려웠던 적이 있었음을 상기시켰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이날 일본 신문들은 한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을 얻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크게 보도했다. 제네바 현지에서도
우리대표단숙소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일본 기자들이 몰려와 취재경쟁을
벌였다. 이들은 그동안2년이나 공을 들인 일본보다 한국이 더 좋은 조건을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가 일본 정부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사태가 이렇게 발전되자 일부 기획원 관리들은 "다 된밥에 코 빠트리는게
아니냐"며 당황해 하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허장관을 비롯한 협상단이 너무
경솔했다는 지적이다.

바로 전날까지 쌀관세화 유예안이 미국에게 거부당하자 "죽을 상"이었던
허장관이 협상이 채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보다 신중했어야했다며 아쉬워
하고 있다.

<박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