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의 진행과정을 보면서 새삼 느끼는 점은
국제사회가 경제패권주의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냉전체재하의 패권주의가 미소간 군사력에 의한 군사패권주의였다면
제네바에서 벌어지고 있는 UR협상은 미.EC간 경제패권주의에 의한
세력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미.EC중 이기는 쪽이 전체 협상내용을
결정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여타 개도국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있다는 얘기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미.EC가 합의하면 그것이 곧 전체합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간주될 정도로 강대국들의 세력싸움에 약소국들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얼마전 아태경제협력체(APEC)지도자회의에 불참한 말레이시아의
마하타르수상이 새삼 생각나는 상황이다.

마하타르수상의 동아시아경제기구(EAEC)구상처럼 개도국중심의 강력한
독립적인 경제기구가 있었다면 그래도 개도국들 나름의 목소리를 낼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과거 미소의 군사패권주의에서 비동맹회의가 개도국들의 견해를 대변했던
것처럼 미.EC간 경제패권주의에서도 개도국들을 대변할 기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번 협상과정에서 개도국들은 미국의 일방적인 보호주의적
통상법운용이라든가 미국의 섬유쿼타등 공통적인 이해가 걸린 문제에
대해서도 한 목소리로 미국에 대항하지 못하고 각개격파를 당하고 있다.

APEC회의에서 EC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미국의 요구대로
UR타결촉구선언을 채택했지만 대다수가 개도국인 회원국들을 위해 미국이
과연 무엇을 해주었는가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APEC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동남아시아국가들이 벌인
미묘한 상황에서 조정자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는 정부관계자들의 자평은
과연 누구를 위한 조정이었나 곰곰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워싱턴=최완수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