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발표된 제2차 대학수학능력 시험결과 서울과학고(종로구 혜화동)
에서 전체수석과 여자수석이 동시에 나와 이 학교의 독특한 학습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내 중학교에서 상위 3% 안에 들어야만 지원서를 낼 자격이 주어
질 정도로 워낙 영재들이 많이 모인 학교이긴 하지만 일반 고등학교와는
판이하게 다른 학습방식이 창의력과 논리력을 요구하는 수학능력시험에서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고의 학습방법은 크게 토론식 수업, 과제탐구 학습, 충분한 실험실
습 등으로 요약된다.
1백91점으로 전체수석을 차지한 윤건수(19.1차 1백94.2점)군은 "1학년때
부터 토론식 수업을 통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훈련을 한 게 크게 도
움이 됐다"며 "자신의 의견을 남에게 제시하고 질문에 대답하다 보니 문
제에 대해 명료하고 폭넓게 접근하는 습관이 길러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 수학올림피아드에서 두차례 동상을 차지할 만큼 수학에 특출한 여
자수석 이은수(18)양도 "선생님이 칠판에 낸 수학문제를 한 학생이 나와
풀면 나머지 학생은 그와는 다른 풀이법이 있는지를 골똘히 연구해 발표
한다"
"이런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과학고 학생들은 보통 7~8명이 한 동아리가 돼 교사가 제시한 문제에
대해 토론을 벌여 나름대로의 해법이나 결론을 이끌어내고, 교사는 토론
의 진행과 주제접근에 도움말을 해준다.
수업이 끝나면 미진한 부분이나 다음 수업시간까지 스스로 조사하고 탐
구해야 할 새로운 과제가 주어진다.
과학영재 교육을 위한 특수학교답게 충분한 실험실습도 학생들이 탐구
력을 기르는 데 한몫을 한다.
국어를 담당하고 있는 강성철(40) 교사는 "토론하고 싶은 문학작품이나
논설문도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한다"며 "이를 통해 감상력과 발표력이 향
상되는 것은 물론 폭넓은 독서습관이 붙은 `독서광''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 학교 권오준(59) 교감은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도록 하는 게 교
육방식의 핵심"이라며 "좀더 창의적이고 탐구적인 수업을 이끌고 싶지만
당면한 입시제도의 제약 등으로 교과서 진도를 나가야 하는 등의 어려움
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