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이란 기쁨과 아쉬움이 엇갈리는 곳이다. 사람을 만나는 기쁨과 헤어지는
아쉬움이 함께 어울려 있는 곳이다.
기차역,버스정류장,공항.그것들 중에서도 기차역은 환희와 애상의 골을
더욱 깊게 한다. 덜커덩거리는 바퀴소리와 아스라이 들려 오는 기적소리가
시적인 감상을 더불어 불러 일으키게 한다. 더욱이 한적한 시골역이야말로
사람을 맞이하고 보내는 마음의 애환을 그 어느 것보다 더하게 한다.

"빠른 철로에 조는 손님아/시골의 이 정거장 행여 잊을라/한가하고 그립고
쓸쓸한 시골 사람의/드나드는 이 정거장 행여 잊을라" 김영랑의 시 "빠른
철로에 조는 손님"에 깃든 시상이 일렁이기 십상이다.

하나 산업화의 물결과 더불어 도시가 대형화되어 가면서 날이 갈수록
사람들로 붐비게 된 기차역에는 낭만의 흔적이 지워진지 오래다. 도심의
거리에 넘치는 피로감과 권태감이 기차역에도 마찬가지로 팽배하게
마련이다.

서울역은 민자역사가 문을 연 5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숨쉴 틈이 없을만큼
답답한 도시공간의 대표격이었다. 매표소와 대합실 식당정도로 초만원을
이루면서 승객들을 맞아 들이다 보니 그럴수밖에 없었다.

인구가 100만도 못되는 서울이었던 1925년에 설계되어 세워진 5,200여평의
본역사와 60년대에 추가로 시설된 서부.남부역사를 가지고서는 1,000만명의
서울 이동인구를 수용하기에 너무나 역부족인 시설이었다.

지난 89년 민자역사가 증설되자 서울역의 숨통은 틔었다. 대기실
매표소등의 역사공간이 넓어지고 식당가 백화점 주차장등 편의시설이
생겨난 것은 물론 무엇보다도 관심을 끈 것은 서점 극장등 문화시설이
들어서고 대기실에 TV수상기등이 설치된 것이었다. 그것들은 승객들의
무료한 시간을 선용하게 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엊그제에는 본역사의 식당이었던 157평의 공간을
"서울역문화전시관"으로 만들어 문을 열게 됨으로써 서울역은 명실공히
문화역사로 발돋움 하게 되었다. 하루에 수만명의 여행객들에게 그림 조각
공예품등 예술품을 감상하고 강좌 세미나등도 참여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는 것.

가뜩이나 문화휴식공간이 세계의 어느 대도시보다도 적은 서울이고 보면
문화향수층의 저변확대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