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끼리의 모임은 언제나 넉넉해서 좋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장년층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오랜 사회생활로 아는 사람들은 많지만 마음
을 터놓고 지낼수있는 자리는 역시 중.고등학교시절 친구들과의 모임이
첫째로 꼽힌다. 필자는 비봉회라는 소중한 모임을 가지고 있다. 순농 13회
졸업생들의 모임이다. 6.25사변이 발발한 50년 6년제 중학교 막둥이로 졸업
하고 뿔뿔이 흩어져 서로 소식조차 모른채 지내던 친구들이 다시 모인 것
이다.

8년전 서울에 사는 동기동창생들과 연락이 닿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1백
32명의 졸업생중 31명이 서울 용산에 있는 역전회관에서 매달 한번씩 정기
모임을 갖고 지난날을 회상하며 우의를 다지고 있다.

비봉회 모임은 여느 나이먹은 사람들의 모임처럼 서로의 건강이나 걱정
하며인생의 무상함을 달래는 그러한 평범한 모임이 아니다. 농업학교
졸업생들인만큼 우리나라 농촌문제에 대한 우려와 보다 나은 농촌의 발전
방향을 끌어내기 위해 토론과 나름대로의 대안을 찾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요즘들어서는 UR협상에따른 쌀시장개방의 문제점과 활로
개척이 토론의 주제가 되고 있다.

앞으로는 회원 개개인이 평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주제를 발표토록해
보다 심도있는 토론을 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농촌문제에 관한 토론외에 적으나마 회원들의 뜻을 모아 고향의 육영사업
을 지원하는 것도 비봉회가 하는 큰일중의 하나이다.

매년 모교(현재의 순천대학교)개교기념일 행사에 비봉회기금을 모아 지원
하고 있다. 내년초부터는 좀더 발전적인 지원계획을 세워 시행키로 모두가
합의했다.

순농 순천농업전문학교 순천대학교로이어지는 호남굴지의 교육터전을 일구
는데 뜻을 같이하고 있는 비봉회회원들은 소준열 예비역육군대장(현 재향
군인회회장) 강태중(잠원중학교장) 노정현(한국행정연구원장) 배광휴(삼양
베이커탱크터미널사장) 송충희(한독빌딩전무) 신연식(전토지개발공사이사)
신진우(용산역전회관경영) 양남길(순천향의과대학원장) 이석윤(모나미
화장지사장) 전태유(전대신증권지점장) 조동후(전농협이사) 김권호 김경일
김동선 김창갑 박경양 박화성 양회진 이호열 이현수 이순민 이창권 정병석
조규훈 조옥현 이홍신 이경섭씨등이다. 필자는 비봉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