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지역의 도시가스 사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스관 설치업체들이
공사비용을 일방적으로 산정하거나 가스회사가 부담해야 할 공사비 일부
를 수용가에게 떠넘기는 등 횡포를 일삼아 시민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서울시내 도시가스 배관공사를 맡고 있는 3백50여개 업체 가운데
절반 가까운 1백50여곳이 무허가 또는 무등록 업체여서 부실공사를 하거
나 부도를 내고 달아나는 사례마저 잇따르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1.2동 주민 2천여명은 최근 이 지역 가스관 설치
비용이 서울시가 정한 표준품셈값은 물론 인근 지역의 공사비용보다 30%
가량 비싼 데 반발해 집단진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20평 규모 주택의 경우 가구당 부담해야 할 공사비가
1백45만원이며, 세입자가 계량기를 추가할 때는 60만원씩을 더 내야 한다
는 것이다.
서울시의 표준품셈표에 따르면 같은 크기 주택의 공사비는 1백12만2천
원으로 되어 있으며, 실제 다른 업체가 시공하는 인근 전농동에서는 이
가격대로 공사를 하고 있다.
주민들은 "가스회사가 물어야할 공사비용까지 주민들에게 떠넘겨 인근
지역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가구주한테 시설 설치비용을 받으면
서도 세입자에게도 2중으로 부담을 지워 세입자가 내야 할 금액이 2배 가
량 늘었다"고 밝히고 있다.
주민들은 이에 따라 청와대와 서울시청에 집단민원을 제기하기로 하고
서명작업에 들어갔다.
은평구 갈현동에서는 50평 규모 주택에 대해 공사비를 2백30만원을 받
는 등 공사비가 표준품셈값 보다 무려 1백만원 가까이 비싼 것으로 나타
났다.
또 이 지역에서는 세를 주기 위해 지은 5평 안팎의 방에 대해서도 방 1
개당 1백50만원씩을 받는 등 공사비가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게 주민들의
지적이다.
이렇듯 공사비가 들쭉날쭉한 것은 가스회사쪽이 부담해야 할 도로상의
공급관 설치 비용을 대다수 시공업체가 주민들에게 떠넘기는 데다 비용산
정 방식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은평구 대조동에서는 시공업체인 엔지니어링이 가구당 20
만~80만원의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챙긴 뒤 잠적하는 바람에 현재 공사
가 중단 상태다.
수색동에서는 업체가 가스관 설치를 위한 도로굴착과 복구공사를 날림
으로 해 5개월 남짓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으며, 응암동에서도 올 9월
공급예정으로 공사를 벌였으나 아직까지 가스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성동구 용답동 일대 2백가구는 업체의 꾐에 넘어가 지난해 이미
옥내 배관공사를 마쳤으나 가스가 공급되지 않다가 주민들의 거센 항의
끝에 1년 남짓 지난 최근에야 가스가 공급되는 등 가스관 공사를 둘러싸
고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정식으로 등록된 업체는 2백8
곳에 불과하며 나머지 1백50개 업체는 도급실적이 전혀 없거나 무등록 상
태로 영업을 하고 있다"며 "현행 도시가스사업법에는 이들 무등록 업체
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고 다른 관련법에 의한 단속 또한 지나치게 행정력
이 많이 소요되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도시가스 보급이 인기를 얻으면서 주민들이 공급관
공사비를 부담하는 경우가 잦지만 앞으로는 수용가의 부담을 훨씬 줄이거
나 아예 없애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