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결국 마음에 없는 전쟁이었기 때문에 패했다는 얘기네요.
그렇죠?" 요시노부의 구차한 변명같은 언설을 다 듣고난 덴쇼인이 좀
볼멘듯한 소리로 말했다.

"반드시 그렇다기보다도. 좌우간 제심정이 착잡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기왕에 시작된 전쟁이니 오사카성에서 끝까지 싸워볼까도
생각했지요.진두지휘를 해서 대반격을 시도하면 반드시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어째서 에도로 왔나요?"

"역적이 되고 싶지가 않아서지요. 상대방의 깃발은 니시키노미하다지
뭡니까. 사쓰마군이나 조슈군이 아니라,황군이라 그말입니다. 황군에게
끝까지 대항하면 이기든 지든 결국 역사에 역적으로 기록될게 아닙니까.
천황에게 대적한 용서할 수 없는 놈으로 말입니다. 저는 절대로 그런
오명을 남기고 싶지가 않다구요"

"이미 황군을 상대로 전쟁을 해서 패했으니,역적이 된 셈이잖아요"

"그러나 저는 처음부터 전쟁을 찬성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싸움터에
나가보지도 않았거던요. 마침 감기 몸살 때문에 자리에 드러누워
있었다구요"

"하하하. 자리에 드러누워 있었으니까 역적이 아니라 그말인가요?"
덴쇼인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재미있어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요시노부가 의외로 순진한데가 있구나 싶었다.

"그런 뜻이 아니라,엄밀히 따지면 저는 결코 역적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저는 역적이 아니라구요. 제가 역적이라니 말도 안돼요. 대정봉환을 선언한
제가 어떻게 역적이 될수가 있나요. 안 그래요? 대모님,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역적으로 보이나요?"

뜨거운 것이 복받치는듯 요시노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고,두 눈에는 핑
눈물까지 어리고 있었다. 주기 탓만은 아닌 듯했다.

그런 표정에서 그의 진정을 읽을 수 있는 것 같아 덴쇼인은 가슴이 꽤나
찡했다.

"쇼군,쇼군의 마음을 잘 알겠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나는
쇼군을 결코 역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요"

"대모님 정말 고맙습니다. 정말,정말."
요시노부는 마치 역적 과민증에라도 걸린 사람 같았다.

어쩐지 속으로 좀 우스우면서도 덴쇼인은 측은한 생각도 들어서 은근한
눈길로 바라보며,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이요?"
하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