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칠경이 이끄는 영국의 보수당은 6년간의 야당생활을 청산하고 1951년
힘에 겨운 승리를 되찾았다. 처칠당수는 첫 국회가 열리자 무의식중에
야당의석에 조정했다. 긴 야당시절에 몸에 베어있던 소수당자리에 잘못
앉는 것이었다. 주의의 귀띔을 받고 거구를 뒤뚱거리며 여당석으로 옮겨
앉는 모습에 의사당은 온통 폭소로 가득했다. 가벼운 실수에 대한 호의에
찬 웃음이었다.

처칠수상은 "위대한 정치가나 지도자가 되기위한 제1의 조건"에 대해
한기자가 묻자 서슴치않고 "지도자는 국민에게 정직해야한다"고 대답했다.

처칠경은 야당석에 잘못앉는 정도의 실수는 국민으로 부터의 용서를
바랄수 있지만 "고의로 국민에게 거짓정보를 제공하거나 과장된 표현을
일삼는것은 정치지도자가 스스로 삼가야할 가장 위험한 함정이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경고했다. 그는 자신이 이끄는 내각의 장관들이 과장된 표현
이나 부정확한 발언을 하면 그자리에서 시정토록 조처했다.

엊그제의 대폭개각을 앞두고 김영삼대통령은 이번 개각은 "무한경쟁시대"
에 대비한 "제2의 건국"내각이 될것이라는 요지의 담화를 발표했었다. 새
내각의 명단이 공표된 뒤에는 김대통령의 축근 인사 최형우신임내무장관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제2의 건국", "제2의 광복"을 수행하는 자세로 내무
행정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제2의 건국"또는 "제2의 광복"이란 수위높은 어구들을 들으면서 국민들은
아연해질수 밖에 없다. 이번 개각이 제2의 건국(또는 광복)내각이라면 제1의
건국은 어느 시점을 뜻하는 것인가. 흔히 상해임정을 뜻한다는 사람도 있고
김대통령의 대통령취임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는데, 그렇다면 8.15광복이나
이승만초대대통령의 위상은 어떻게 되는건가. 그리고 지금의 정부가 이어
받은 5공 민자당정부의 실체는 어떻게 가늠해야 할것인가. 게다가 개각이
있을때마다 "제x의 건국"을 해야한다면 우리국민은 앞으로 몇번씩 건국하고
광복되어야 하는가 - 는 등의 설명이 아쉽다.

처칠수상은 과장된 표현,조작된 정보를 금기로 여겼기 때문에 정치를
그만둔 뒤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할수 있었음(53년)을 대통령의 측근들이
한번더 명심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