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봄베이에 있는 일류호텔인 오베로이의 폴리네시안식당(아웃리거)
에는 갈비찜을 판다. 또 봄베이시내에 흔치않은 중국식당에서는 "훈다이
(인도인들의현대발음)스페셜"이나 김치를 주문할 수 있다.
현대맨들이 개척한 음식들이다. 현대가 인도에 뿌리를 내렸다는 반증
이기도 하다.

현대가 비즈니스하기에는 까다롭다는 인도에서 10여년간 23억달러
어치의 해상석유공장건설공사를 수주,아라비아해를 불태울수 있었던
저력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우선 돌파력에다 뚝심있는 현대맨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얘기들이 많다. 현대가 인도에 진출할 수
있었던데는 세계해양설비시장에서 "닥터 안"으로 더욱 알려진 안충승
부사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그룹간부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인도시장에 진출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 관철시켰다.
안부사장은 이따금 부하직원들 앞에서 "인도에 진출하기까지 외부사람
들을 이해시키는 것보다 그룹임원진을 설득하는게 더 어려웠다"고 얘기
하곤 한다.

안부사장에게 얽힌 일화는 많다. 지난해 9월 인도국영석유공사(ONGC)
로부터 수주한 5억3천만달러의 원유생산설비를 계약하기까지는 인도정부가
네번이나 바뀌고 나서였다. 이 공사를 따내기위해 그는 인도행 비행기를
50번째탄 것까지 기억하고 그 이후에는 아예 세질 않았다고 한다. 그의
끈기에 인도 정부관리들은 혀를 내들렀다.
그는 이공사말고도 캐나다 하이버니아항, 중국해상시추설비, 영국 브리
티시피트로리움 해양설비공사수주에 직접 나서 한해에 15억달러가량의
수주실적을 거의 혼자서 올린 기록도 있다.

안부사장은 강원도 횡성출신으로 59년 한국해양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MIT대학원에서 기상학석사 조선공학석사 해양공학박사학위를 취득한
해양전문가. 그는 지난해 대선때 부산지역 강원출신도민득표활동을 위해
부산에 있다가 "부산기관장모임 도청사건"에 관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외로 나갔다. 안부사장은 지금 세계 해양시장중심지인 미국 휴스톤에
머물면서 현대가 벌이는 해양설비수주활동을 원격지원하고 있다. 그를
잘아는 사람들은 "아까운 인재가 정치희생양이될까 우려된다"고 말하며
"그가 빨리 현대에 복귀,현재 걸려있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직접
맡아주길"바라고 있다.

끈기있는 사람이 공사를 따냈다고 만사가 해결된건 아니다. 좋은 설비를
싸고 공급하고 납기를 앞당겨 준게 현대가 인도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요인이다. 닐람유전지대(NPC)에서 지난 15일 끝낸 파일설치작업은 6.
5일만에 끝냈다. 서울 해양영업팀은 지금까지 실적을 감안,파일설치작업을
15일예정으로공사기간을 잡았었다. 현장에 있던 ONGC감독관은 "현대가
또하나의 신기록(new record)를 세웠다"고 탄성을 올렸다. 현대는
NPC공사를 당초 몬순기간직전인 5월15까지 마칠 계획이었으나 공기를
한달가량 앞당길 계획이다. 납기를 앞당기는 것은 NPC공사뿐만이 아니다.

현지에서 만난 김승길 현대중공업상무는 "우리회사가 인도에 진출하기전
까지는 미국 맥더모트,네덜란드 히레마,프랑스ETPM,이탈리아 사이펨등
4사가인도해양시장을 사이좋게 나눠 먹고 있었다. 이들회사가 돌아가며
입찰에 나섰기 때문에 수주가격은 높을 수 밖에 없었다. 후발로 뛰어든
우리회사는 적정이익만 남기고 응찰,ONGC로부터 좋은인상을 남기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가격이 낮다고 해서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ONGC의 평가를 받으면서 10년동안 잇달아 공사를 수주할수 있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가 아라비아해에 10개의 해상석유공장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억척스런 근로자들의 땀의 결과이기도 하다. 아라비아해에 떠있는 현대
바지선에는약 4백명의 근로자가 탑승,작업중이다. 공사가 한창일 때는
1천여명에 달한다. 근로자들은 길면 6개월정도 육상구경을 못하고
공사에만 매달린다. 외국해양설치업체 근로자들이 2개월 해상근무에
1개월은 반드시 육상으로 나가는 것과 비교하면 현대 근로자들이 흘리는
땀의 양은 훨씬 많다. 외국업체들이 "바지선에 타고 있는 한국근로자들은
군인들이다. 총만 지급되면 인도를 침공할 지도 모른다"고 험담을 한 것도
묵묵히 일하는 우리 근로자들을 질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안부사장과함께 인도시장진출에 쌍두마차이기도한 이연재 현대중공업
전무는 "영업팀들의 추진력,근로자들의 땀,밖에서 벌어들이겠다는
현대맨들이 있었기때문에 남들이 가기 어렵다는 인도시장에서 한국의
저력을 드높이게 됐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