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수입규제에도 불구, 국내 반도체산업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있다. 반도체를 많이 사용하는 컴퓨터산업이 상승기류
를 타고있는데다 엔고가 호재로 가세, 4메가D램 생산능력을 지난해말
월 700만개수준에서 올해는 최대 1,000만개, 금성일렉트론은 400만개
에서 500만개, 그리고 현대전자는 350만개에서 450만개로 각각늘렸으
나 밀려드는 구매주문을 다소화하지 못하고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조립업체인 아남산업도 지난3.4분기중 이미 올 수출
계약을 마무리지었다. 올 반도체수출액은 71억7,000만달러로 외형상
으로는 전년대비 5% 신장에 불과할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외형만 클뿐
이익이 박한 조립생산을 줄였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큰D램의 경우 올수출이 33억달러로 지난해보다 60%이상
급증했으며 D램포함 메모리분야 전체도 43%의 수출 신장세가 예상
된다.

양적성장 못지않게 수출 채산성도 크게 개선됐다. D램을 중심으로
반도체수요가 크게 늘어나 일반적으로 급락하는 양상을 보이는 수출
가격이 ''강보합''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4메가D램의 미국 시장가격은 지난 92년 1.4분기중 13.18달러에서
4.4분기에는 10.39달러선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한국산제품에 대한
미상무부의 반덤핑 예비판정 결과가 터무니없이 높게 나오자 품귀
현상이 일어 올 4.4분기에는 12.35달러까지 회복했다.
이에따라 국내반도체업계의 영업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올 반도체부문의 매출액이 전년대비 70% 늘어난 2조5천
억원 으로 D램부문은 지난해에 이어 세계 1위 생산업체의 위치를 고수
하게됐다.

금성일렉트론은 D램 수출이 50% 증가해 매출액이 44.5% 늘어난 8천7백
억원, 현대전자도 조립분야 매출액이 3분의1수준으로 줄었으나 D램은
40% 급증했다.

아남산업은 첨단 조립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세계 외주물량의 42%를
확보, 매출액이 전년대비 25% 정도 늘어났다.

국내 반도체업계는 나아가 오는 95년께나 수요가 형성될 차세대제품인
16메가D램의 양산준비도 끝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말부터 16메가급을 월평균 10만개 정도 생산했으나
올 6월 8인치웨이퍼를 사용하는 16메가 전용공장을 가동, 생산량을 월
1백만개 수준으로 늘렸다. 이는 일본 경쟁업체들보다 앞선 수준인것으로
알려져있다.

현대전자는 지난 6월부터 이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 내년초 16메가
전용공장이 가동되면 본격 양산에 나서게된다. 금성일렉트론도 양산
시기를 내년초로 잡고 마무리 작업을 진행중이다.

국내업체들은 4메가D램에 이어 16메가분야에서도 세계 정상의 위치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있으며 이같은 야심은 설비투자규모에서
잘나타난다.

미 반도체시장조사기관인 VLSI리서치사에 따르면 올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는 삼성전자가 세계 3위, 금성일렉트론 7위, 현대전자 9위등 3개사
모두 10위권에 들어갔다. 이들 3사의 총투자규모는 17억4천8백만달러로
도시바 NEC 히타치등 일본 3개사의 투자액 14억1천만달러보다 24.0% 많은
수준이다. 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커졌다는것을 의미한다.

아남산업은 반도체 조립제품을 점차 고부가가치화 첨단화하는 한편
ASIC등 특수용반도체칩 테스트기기등 장비, 그리고 리드프레임 포토마스크
등 재료분야도 육성해 메모리분야를 제외한 모든 반도체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있다.
그러나 이같은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반도체산업이 지나치게 메모리
및 조립분야에 치중,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큰 ASIC등 특수용 반도체칩
분야가 취약한 문제점을 안고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반도체 총생산액의
81.2%가 메모리분야이며 개별소자 6.4%,아날로그 IC 6.5%,그리고 ASIC는
3.4%에 불과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부문 총 매출액중 D램 비중이 55%,그리고 D램
S램등 메모리분야는 77%에 이르고있다. 현대전자와 금성일렉트론은 메모리
편중현상이 보다 심한 편이다.

세계시장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30~40% 정도에 불과한 사실을
감안하면 국내기업은 세계시장의 일부만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있는 셈
이다.
이에따라 메모리제품의 수출이 매년 급증하는 동시에 특수용반도체의
수입도 연간 18% 정도 늘고있는 실정이다.
장비및 재료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것도 풀어야할 과제이다. 금년도
장비 국산화율은 20%, 재료는 34.6%에 불과하다. 일본 스미토모 화학
공장이 폭발,가동이 상당기간 중단되자 국내에 반도체조립에 사용되는
에폭시수지를 확보하기위한 비상이 걸린 사실이 이같은 현실을 단적으로
말해주고있다.

또 미국이 올들어 한국산제품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부과,매년 미정부의
덤핑조사를 받아야하며 EC도 가격감시제의 일종인 "모니터링 프라이스
시스템"을 적용하는등 우리의 주요 수출대상국들이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는것도 상당한 부담이 되고있다.

지난 5월부터 삼성전자 0.82%,금성일렉트론 4.97%,그리고 현대전자는
11.45%의 덤핑마진율 만큼 관세를 예치하고 미국에 반도체를 수출하고
있다. 대유럽 수출품은 EC측이 수출관련 자료를 요청하면 즉시 이에
응해야하는 실정이다.

반도체경기가 지난 2년간의 호황을 계속 누릴지도 의문시 되고있다.
결국 우리 반도체산업은 "불안한 호황"을 누리고있는 셈이다.
따라서 ASIC등 비메모리분야를 강화하고 장비및 재료의 국산화비율을
높여 산업저변을 보다 넓혀나가야 외부요인에 흔들리지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할수있다는 지적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