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가 27일 발표한 "계열기업군에 대한 기업투자 및 부동산 취득 승인
제도 개선"방안은 30대 계열기업군에 대한 여신관리제도의 전면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력 집중 완화나 부동산투기 억제등 부수적 기능을 정리
하고 편중 여신 억제나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여신관리 본연의 임무에 충실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은행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부수업무를 없애 본연의 임무에 충실토록 한다는
의미이다. 금리자유화 및 금융실명제 실시와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타결등
국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걸맞는 옷을 기업과 은행에게 입혀 대내외 행동
반경을 넓여준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얘기다.

"기업 자체적으로 내부경영을 합리화하고 전문업종을 중심으로 기업역량을
집중시키지 않고는 경쟁하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는 재무부관계자
의 설명은 이번 여신관리제도 완화배경을 잘나타내 주고 있다.

여신관리제도는 지난74년7월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계열기업에 대한 편중
여신을 억제하고 해당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금융기관의 건전
경영을 유도한다는 취지였다. 한정된 금융자산을 골고루 나눠 경제발전을
극대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게 당시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뀐만큼 평균여신억제와 재무구조개선이라는 여신관리의
본래 목적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공정거래법이나
업종전문화 시책등으로 여신관리에서 손을 놓더라도 경제력 집중문제등은
컨트롤할 수 있다는 주장도 여신관리 개선 논의를 활성화시켰다.

재무부는 신경제5개년계획에 따라 여신관리제도를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되 가급적 조기에 실시한다는 일정표를 마련하고 있다. 우선 1단계로
내년1월20일부터 11-30대 계열기업군이 기업투자(출자)를 하거나 부동산을
새로 살때 주거래은행의 사전승인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이에따라 2백78개
기업은 거래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스스로의 사업성을 검토해 신규로 기업을
사들이거나 부동산을 취득할수 있게 된다. 이들 기업이 지난해 기업투자와
부동산 취득과 관련해 은행으로부터 승인받은 것은 6백96건 3조4천3백76억
원으로 전체승인액의 36.7%(건수는 37.5%)에 달했다.

그만큼 기업의 기업확장 및 부동산 취득이 쉬워지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비업무용부동산중 "5.8조치"에 따라 매각토록 돼있는 부동산은
앞으로도 계속 매각해야 한다. 현재 총매각대상 5천7백41만2천평중 86.5%인
4천9백66만8천평이 팔렸으며 나머지는 대부분 소송이 끝나는대로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재무부는 이같은 1단계 여신관리제도 개선이 정착되는대로 2단계로 1-10대
계열기업군에 대한 기업투자 및 부동산취득 승인제를 오는95년중에 폐지할
계획이다. 또 96년중에는 11-30대계열기업군에 대한 여신한도(바스켓)관리
를 없앤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시장개방과 금리자유화 및 실명제 실시
등으로 위장분산이 어려워진데다 독점에 따른 초과이윤을 얻을 기회가 점차
축소돼 차입을 통한 무한정한 기업확장이나 부동산취득이 자체적으로 억제
될 것이란 분석에서이다.

이렇게 되면 여신관리제도는 1-10대계열기업군에 대한 바스켓관리만 남게
된다. 편중여신을 억제한다는 여신관리의 본래형태로 되돌아 간다는
얘기다.

여신관리제도 개선은 기업뿐 아니라 은행의 영업 패턴도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될 전망이다. 판에 박힌 자구노력 등 비율을 체크하는 것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사업성 검토를 하지 않을수 없게 된다다. 특정사업에 대해 기업
과 주거래은행이 여신관리라는 외부장막이 아니라 사업성이라는 내부요인에
따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든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
이다.

11-30대계열기업군에 대한 기업투자 및 부동산취득승인제의 폐지는 부작용
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들의 부동산투기와 문어발식 기업확장이
되살아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수 없다는 얘기다. 공정거래법등에서 이와
관련된 보완대책을 마련하는게 남은 과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