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에 가짜 산삼이 많이 나돌고 있다. 중병에 걸린 환자 등에게
접근해 "신령의 영험을 받아 만병통치약인 산삼을 캤다"며 가짜 산삼을
팔고 거액을 챙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암으로 고생하는 이모씨(53.서울 송파구 오금동)는 이달초 같은 산악회
원의 소개로 만난 자칭 `도인'' 박아무개씨에게서 `산삼'' 20뿌리를 9천2백
만원에 구입하기로 하고 계약금으로 9백20만원을 건네줬다.

그러나 잔금 지급을 앞두고 아무래도 미심쩍어 시내 한의원 등에서 감
정해본 결과 이 삼은 한 뿌리당 20만~30만원에 불과한 장뇌삼(산에 씨를
뿌려 재배한 삼)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가짜 산삼을 팔고 있는 박씨는 충남 논산에 근거를 둔 `세계심
명통일자명환국''이란 종교의 교주이다. 스스로 `환인천제''라고 주장하는
박씨는 "정신을 집중하면 하늘의 영력을 입어 어느 산 어느 줄기에 산삼
이 있는지 환히 보인다"며 주위 사람을 현혹하고 있다.

이 종교단체 논산교당의 한 여직원은 "천제님이 하늘에 기도만 하시면
신통하게 산삼을 내려주신다. 한 뿌리에 1천5백만~3천5백만원짜리가 많고
큰 것은 5천만원까지 받는다"고 말했다. 이 여직원은 또 "산삼은 부수
적인 치료제일 뿐 천제님은 나실 때부터 천기를 받아 지상의 모든 병을
맨손으로 고치신다"고 주장했다.

박씨의 신통력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신통력으로 캤다는 산삼이 모두 가
짜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전문가들은 박씨가 미리 삼씨를 산에 뿌려 재배한 뒤 신통력으로 알아낸
것처럼 심마니를 보내 캐 오게 하거나 외국산 삼을 심어놓고 되캐는 수법
을 쓰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담배인삼공사 홍삼제조국 김한기 부장은 "산삼 감정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 없어 가짜 산삼이 진짜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시중에 나도
는 산삼의 90%는 장뇌삼으로 보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11월에서 2
월 사이에 싱가포르.중국 등지에서 삼을 몰래 들여와 산에 심을 경우 40%
정도는 살아나는데 뒷날 이곳에 데려가 진짜 산삼이라고 속이고 거액에 파
는 전문사기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