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장치산업이라고 말할정도로 설비의존도가 높은 분야이다.

제품사이클이 빨라 대당 수십만달러나 되는 고가장비도 3~4년정도
사용하면 효용가치가 급속히 떨어지는 어려움도있다.
따라서 우리처럼 장비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경우 반도체를 엄청나게
팔아야 별로 남는게 없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반도체장비의 국산화율은 16%, 올해는 20% 수준이다. 국내
장비시장규모를 감안할때 지난해는 6억7천만달러, 올해는 9억6천만
달러를 수입해 사용했다는 얘기다. 다시말해 장비 국산화율을 획기적
으로 늘리지않는한 수입액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는 계산
이다.

국내에 장비산업이 시작된것은 지난 89년부터.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생산실적이있는 장비 전문업체는 48개뿐이다.
이들업체도 대부분이 중소 영세기업으로 평균 자본금규모는 5억7백만원,
종업원수도 54명정도에 불과하다.
반도체장비산업의 수준이 낮은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제품
생산에만 전념,이분야에 대한 대기업들의 투자는 극히 적었다.

수요가 가장많은 웨이퍼가공분야는 스테퍼 에칭기기등 반도체 고집적
화에 필요한 핵심장비는 지난해까지 국산화가 전무한 실적이며 사양이
단순한 제품만 개발 단계에있다.
검사장비 분야는 기술적 난이도가 낮은 개별소자급 검사기는 국산화
됐으나 로직이나 집적상태를 시험하는 ATE는 초기 수준에 머물고있다.
특히 ATE분야는 외국업체들이 기술이전이나 합작사 설립등을 기피하고
있어 독자 기술로 개발해 내야하는것으로 알려졌다.

조립용장비도 고기능 고신뢰성이 요구되는 하이핀 조립장비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있으며 웨이퍼클리닝 몰딩시스템등 주변장치분야만이
나름대로 국산화가 추진되고있는 정도이다.

국내 반도체산업을 계속 육성하려면 해마다 엄청난 외화를 쓰며 관련
기기를 수입해야하는 처지인 셈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문제는 장비의
주수입선이자 우리와 경쟁관계에있는 일본 미국등이 관련장비 판매를
기피할 경우 어렵게 육성해온 반도체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수도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아남산업등 대기업들이 올들어 이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린것도
이같은 현실인식에 따른것이다. 또 국내 장비시장이 급성장하자 일본등
외국 전문업체들의 국내 진출도 크게 늘어 천안공단을 중심으로 장비산업이
뒤늦게나마 활기를 띠고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말 대일본스크린(DNS)사와 합작, 공정
장비인 트랙등의 생산을 추진중이다. 또 지난달에는 일본 도와,그리고
국내 중소업체인 한양기공과 "한국도와주식회사"를 설립, 내년말부터
에폭시 수지로 반도체칩을 자동으로 쌀수있는 첨단봉지장치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 아남산업이 미 테크닉사와 기술제휴, 도금장비 생산을 추진하는등
대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해지고있다.
이에따라 오는 95년께는 장비국산화율은 50% 수준에 이를것이라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러나 이분야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서는 업계의 투자확대와 함께 정부
출연연구소를 중심으로 첨단기술 개발이 병행되야 할것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