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끝은 언제오는가. 세계 항공업계는 그 해답을 찾지 못한채 한해를
마감하고 있다. 지난 3년동안 긴 침체의 터널을 걸어온 항공업계는 올해도
터널 끝 밝은 빛을 보지못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 3년동안 정기노선 운항에서 모두
1백15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2백21개 IATA회원사들이 올해에도 24억~25억
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IATA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항공사들의 수지개선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오는 95년 후반에 들어서야 항공사들의 순익기반이 다져질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경우에도 평균 수익률이 총매출액의 5~6%선
내외에 머물게 될 것으로 진단했다.

항공업계의 이같은 불황은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주범이다. 경기가 썰렁해
지면 사람들은 관광여행을 줄이기 마련이다. 기업들도 경기가 나빠지면
경비절감을 위해 비즈니스여행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게다가
지난 91년의 걸프전쟁은 항공여행에 큰 타격을 줬다.

항공업계의 불황을 고질적으로 만드는 이유가 또 있다. 80년대 세계경기가
호황을 누리던 시절 항공사들은 무리하게 노선을 늘리고 증편했다. 경기가
나빠지자 이들은 결국 공급과잉 요인으로 남게된 것이다.

항공사들은 올해 적자타개를 위해 몸부림쳤다. 빈 여객기를 운행하는것
보다는 요금을 싸게해서라도 승객을 끌어모으는 것이 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자구책의 초점이 모여졌다.

올해 항공사들의 요금 인하는 미최대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을 선두로 유럽
의 중형항공사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면서도 큰 폭으로 단행됐다. 특히
아메리칸항공을 비롯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노스웨스트항공등 미4대
항공사는 올 여름철 요금을 최고 33%까지 인하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단행
했다. 이어 가을에도 15일전 예약 티켓에 대해 이와 유사한 요금인하 조치
를 취함으로써 올해 미국여행사에는 비행기표를 사려는 사람들로 유례없는
성시를 이루었다.

항공사들간 합종연횡도 활발했다. 경영난이라는 공통의 적을 내몰기위해
항공사들은 라이벌관계를 청산하고 기꺼이 제휴의 손을 잡았다. 캐세이
퍼시픽(홍콩) 싱가포르항공 말레이시아항공등 3개 아시아항공사는 올해
중반 그동안의 경쟁 관계를 청산하고 전략적 제휴를 결성했다. 이들
항공사는 상용 고객 우대프로그램을 공동개발,3개사가 합작으로 세운
별도의 회사에 의해 운영하도록 했다.

독일 루프트한자항공과 미국의 유나이티드항공은 업무협정을 체결,내년
부터 항공권 판매등 일부 분야에서 공동으로 고객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한장의 항공권으로 미국~독일을 잇는 양사의 24개노선
이용이 가능케됐다. 클린턴 미행정부는 또 지난해 논란의 대상이됐던 영국
항공(BA)의 대US항공 투자를 승인,BA는 미국내선 항공시장에 진출할수 있는
발판을 구축했고 경영위기에 놓인 US항공은 회생의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가하면 적자에 허덕이는 다른 항공사와는 달리 BA 미사우스웨스트항공
등은 흑자 항진을 계속,다른 항공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BA의 성공
은 경영의 유연성과 국제화 전략을 일관되게 밀어붙인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종업원지주제,고객친절 제일주의등을 통해 흑자를
지속, 다른 미국항공사들의 귀감이 됐다.

항공시장이 개방추세를 맞으면서 항공사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
뻔하다. 과거 국적기라는 명목으로 국가의 직간접적인 보호속에 안주해왔던
세계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이제 벌거벗은 알몸으로 뛸수 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전문가들은 항공업계가 만성적인 적자를 탈출하기위해서는 요금인하와
같은 일시적인 요법보다는 경기변화에 쉽사리 적응할 수있는 유연성을 갖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통중심지에서 방사선형으로 뻗어
나가는 지금까지의 노선설정 방식을 전면 재고해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그러나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항공업계
로서는 당분간 세계경기의 회복에 기대를 걸어볼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채명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