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0월18일 오전 기아자동차의 한승준사장은 증권감독원 기자실에서
급히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자리에서 한사장은 2-3일전 불거진 삼성그룹의 기아자동차주식
대량매집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는 한편 경영권방어와 기업수호를 위한
비상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그룹의 삼성생명과 안국화재는 6-9월에 걸쳐 기아자동차주식
3백10여만주를 은밀히 매집, 지분율이 5%대에서 9.6%로 껑충 뛰어올랐었다.

삼성그룹의 이같은 기아자동차 주식매집은 증권거래법 제200조(상장주식의
대량소유제한)를 폐지키로한 정부방침및 삼성그룹의 자동차사업
진출 움직임등과 맞물려 커다란 파문을일으켰다.

삼성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주식 대량소유제한조항의 폐지와함께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해질 증권시장을통한 M&A(기업 매수합병),즉 주식을
대량매집해 경영권을 찬탈하는 행위의 첫사례가 되는것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 파문은 결국 이조항의 시행시기를 97년1월로 2년반 연기하게되는데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상장주식 대량소유제한조항의 폐지는 금년에 취해진 증권정책가운데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 정책중의 하나이다.

과보호라는 지적속에서도 그동안 법으로 보장됐던 상장기업의 경영권이
앞으로는 경영자와 대주주 자신이 스스로 책임을 져야하는 문제로 넘어가는
시대의 변화였다.

7월에 발표된 증권거래법 개정안에 포함된 이조항의 폐지방침은 증시에
불어닥친 자산주열풍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대주주들이 지분확대를 꾀하거나 자사주펀드에 가입하는 회사가
늘어나는등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도있다는데 불안감을 느낀 상장기업 특히
대주주지분율이 낮은 편인 중소상장회사를 중심으로한 경영권안정 노력도
점차 뚜렸해졌다.

투자자들사이에서도 이같은 주식이 M&A대상종목으로 꼽히면서 관심을
모았고 특히 이들중 자산가치가 높은 주식들이 각광을 받아 자산주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물론 자산주의 부각이 거래법 200조폐지 문제때문이냐는 점에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주가에 비해 자산가치가 큰만큼 훌륭한 M&A대상이 될 수있다는
논리가 이들 주식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상당한 작용을 한 것만은
틀림이 없다.

삼성그룹의 기아자동차주식 매집사건의 영향을받아 거래법 200조의 폐지에
2년반의 유예기간이 주어지고 기관투자가의 주식매입 공시강화방안등도
확정되면서 자산주들의 주가도 일시나마 영향을 받았다.

증권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확정된 지난14일 상한가를 보이던
성창기업이 후장들어 대량소유제한장치 폐지의 시행시기를 늦추기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한가로 곤두박칠치는 양상이 나타나기도했다.

증권거래법의 개정과함께 M&A바람이 이어지고 이같은 바람이 호재
역할을 해 주가가 상승하게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일단 휴전상태에 들어간
셈이다.

하지만 2년반만지나면 일반인들이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대량매집,경영권을
뺏을수있는 길은 마련된만큼 경영권을 방어하기위한 기존 경영진이나
대주주들의 물밑노력은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증권관계자들은
전망하고있다.

M&A에 대한 기대감은 본격적인 대세상승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부푼
꿈과 함께 출발하게될 94년증시에서도 수시로 주요재료의 역할을 하게될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조태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