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라운드의 파고가 아무리 높아도 우리는 농촌에 뼈를 묻겠다."
쌀 등 기초농산물 수입개방으로 농촌 해체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
는 가운데 대학 졸업 뒤 농촌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
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재학생 20여명으로 구
성된 `영농개척단'' 단원들이다.
지난 4월 발대식을 가진 뒤 꾸준히 농촌에 정착하려는 준비를 해온 이들중
문상준(25.농학4)씨 등 4명은 내년에 졸업하면 곧바로 농촌으로 내려간다.
"농사짓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그렇게 기뻐하실 수가 없더군요."
전남 여수에서 배를 타고 2시간 가량 들어가는 개도가 고향인 문씨의 부모
는 그곳에서 보리와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다. "우선 부모님 농사를 이어
받겠습니다. 그리고 해양성 기후에 맞는 유자 등도 재배하고 한우도 길러
볼 생각입니다." 문씨의 야무진 포부다.
영농개척단의 유일한 여성단원인 안수영(23.농가정학4)씨는 서울에서 태어
나 자라난 서울내기다.
"대학 입학 전까지는 농촌을 전혀 몰랐어요. 동료들과 함께 농활을 다니면
서 내가 있어야 할 곳이 바로 농촌임을 깨달았어요."
이들은 실제 1년 전부터 경기도 평택군 팽성읍과 서탄면에 논 1천7백평과
밭 3천여평을 빌려 쌀과 콩 농사도 지어왔다. 처음 해보는 농사일이라 어려
움도 많았으나 농고 교과서를 들춰 보기도 하며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이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농사일에 대한 신념을 더욱 다질 수 있었다고 입
을 모은다. 특히 올 가을에 자신들만의 힘으로 쌀 30가마와 콩 4가마를 거
둬들였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형언할 수 없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 꿈꿨던 낭만적 농촌모습은 완전히 깨졌습니다. 하지만 천대받
는 농촌 현실을 몸으로 겪으면서 오히려 투지가 불타오름을 느낍니다."
물론 이들이 몰려오는 개방의 거센 파고를 헤쳐나갈 무슨 뾰족한 묘안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몸으로 부딪쳐 극복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
가 있을 따름이다.
회원 강영구(25.원예학3)씨는 "모든 게 밑바닥까지 떨어지면 다시 뛰어오
르는 법입니다. 농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농업이 부흥기를 맞게될 것이
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들의 가슴속에는
벌써 대지와 함께 깊고도 길게 호흡하는 농부의 심성이 깃들이고 있는 듯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