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문단에 원로및 중견작가들이 무게있는 장편소설을 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작가 고은씨(60)와 각기 개성있는
문체와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여류소설가 윤정모(47) 김채원(47)씨가
최근 내놓은 장편소설들은 작가 자신들의 문학인생에 있어서도 ''전환의
의미''가 있는 작품들이어서 주목된다.

고씨가 "화엄경"에 이어 2년여만에 출간한 "나,고은"(민음사간)은 격변의
현대사와 작가 자신의 삶의 역정을 자전형식으로 써나간 장편소설이다.

이번에 1차로 50~60년대초를 다룬 "폐허의 영혼" "떠돌이 별" "입산과
하산"등 3권이 출간됐다. 앞으로 계속 60년대의 허무시대, 70~80년대의
질풍노도시대, 그리고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계속 써나갈 계획.

"자전이나 회상에 빠져버리는 노릇은 시건방을 떠는 수작일지 모른다.
그러나 식민지시대나 남북전이나 그 뒤의 역사적 격변에 대해서 그리고 그
절대빈곤과 포성만이 울려퍼지던 산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세대에게
그것을 현재의 역사동기로서 얘기해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내 의무이기도 하다"는 것이 출간의 변이다. 윤정모씨가 88년 내놓은
문제작 "고삐"의 후편형식으로 써서 출간한 "고삐2"(풀빛간)는 5년 사이에
달라진 외부적 상황과 작가의 문제의식의 심화를 엿보게 하는 작품이다.

매춘과 윤락이라는 우리사회의 타락이 외세와 어떤 함수관계를 갖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분단과 예속을 매춘과 윤락의 원인으로 지적했던 "고삐"
에 비해 "고삐2"는 한층 차분한 어조로 진행된다.

민주운동가인 지식인과 이제는 어머니가 된 윤락여성의 자기발견의 노력,
그 과정의 진통을 섬세한 심리묘사로 그려가고 있다. 여전히 "이 땅에서
자유로운 여성은 아무도 없다"는 고발이 넘치지만 그런 조건하에서도 인간
의 실천적인 자기향상 노력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담겨있다.

중년에 접어든 한 여자의 이야기인 이 소설에서 김씨는 중.단편에서
보여준 회화적 문체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문득 혼자가 됐다는 변화를
느끼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관계"에 대한 반성 속에서 자신의 실체에 대해
끝없이 묻는 한 고독한 영혼의 의식의 흐름이 감성적 어조에 담겨있다.

평론가 김화영교수(고려대.불문과)가 "만남으로 가는 미완의 노래"라는
긴 평문을 붙였다.

<권녕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