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정부의 94년은 아주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단순한 집권2년째라는
차원에서가 아니다. 30여년만에 출범한 문민정부의 성패가 바로 신년에
판가름날 것이기 때문이다.

다소 역설적인 표현인지는 모르지만 김대통령은 그래서 신년에 가장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것은 남은 재임기간중 유일하게 선거
가 없는 해로서 문민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변화와 개혁, 그리고 경제활성화
라는 두가지 목표를 이때 확고히 다져놓지 않으면 이후에는 쉽사리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런점으로 미루어 김대통령은 새해에는 특히 경제회생쪽에 보다 무게중심
을 둘 것으로 예측된다. 부패추방으로 상징되는 개혁은 이미 93년중 큰
물줄기를 잡았다. 또 연말 인사를 통해 이회창총리를 비롯한 개혁지향적
인사들을 내각과 당, 그리고 청와대 핵심요직에 대거 포진시켰다. 이들에게
개혁추진의 선봉을 맡기는 대신 자신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그리고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한 경제활성화에 더욱 매진하리라는 분석인 것
이다.

그러면 김대통령이 경제문제 가운데서도 새해 가장 관심을 보일 분야는
무엇일까. 연말을 전후해 김대통령이 공식 비공식석상에서 행한 발언을 통해
유추해보면 대충 다음 몇가지로 요약할수 있을 것 같다.

우선은 경제행정규제의 완화를 들수 있다. 김대통령은 취임초부터 각종
행정규제의 완화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기업들의 왕성한 경제활동
의욕을 꺾는 주된 요인이 오랜 관행으로 이어져 내려온 경제행정규제에
있다는게 김대통령의 기본인식이다. 오는 3일 정식발족될 청와대 직속의
''경제행정규제완화 점검단''의 활동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배경 아래서 출발한다고 볼수 있다. 따라서 김대통령은 경제행정규제
점검단의 활동을 직접 챙기며 규제일변도로 지적되어온 경제행정을 혁신
하는데 앞장설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한 셈이다.

노사문제도 새해 김대통령의 핵심관심사항이 될 전망이다. 김대통령은
지난연말 새로 짜여진 경제각료들과의 조찬석상에서 "새해에 제일 중요한
일은 노사안정"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새해를 ''노사안정의 원년''이 되도록
하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노사안정에 관한 김대통령의 이런 비중있는 관심은 지난연말 개각에서
이인제노동부장관이 경질된 것으로도 알수 있다. 이 전장관이 비록 자신이
아끼는 측근이기는 하지만 지난해의 현대그룹 노사분규 수습과정등에서
보여준 미숙함을 물어 재임10개월만에 인책성 경질을 단행했던 것이다.
김대통령은 또 개방화시대에 대비한 경제의 국제화에도 보다많은 관심을
보일 전망이다. 여기에는 UR타결후 전환기적 위기에 직면한 우리 농촌문제
도 포함된다.

김대통령은 국제화를 통해 우리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농촌문제를 해결
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가
최근 즐겨쓰는 ''세계로 미래로''라는 표현이나 ''무한경쟁에서 이겨나가자''
는 강조구문은 바로 이런 의지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김대통령이 새해 관심을 집중할 경제분야 이슈는 물론 적지않을
것이다. 지난해를 고비로 흑자기조로 돌아선 무역수지의 개선이라든지 기업
의 설비투자의욕 고취는 여전히 김대통령의 목표과제가 될 것이다. 아울러
이의 성취를 위한 생산현장방문, 기업인면담등은 새해에도 청와대의 빠뜨릴
수 없는 주요 경제일정이 될 것이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 김 기 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