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94년중 엄청난 변화에 직면할수밖에 없다. 우루과이
라운드(UR)타결로 ''국경없는 경쟁시대''가 열린데다 새해들어서는
환경보전을 무역규제와 연계시키려는 이른바 그린라운드(GR)파고도
몰아칠 전망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유럽경제지역(EEA)도
공식출범했다. 과연 우리는 이같이 급변하는 국제경제환경에 대응할
태세를 갖추고있는가. 본사는 한국경제의 현실을 객관적 시각에서
조명하는 한편 신질서에 대응하는 각국의 움직임을 점검키위해 특별
취재반을 편성했다. 일본 미국 유럽 동남아 중남미 현지취재를 통해
국제경쟁력강화방안을 제시하기위한 이 기획시리즈는 연중 게재된다.

<편집자>

한국의 투자환경은 지금 몇도인가. 외국경제인들이나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우리의 투자여건을 과연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외국인들이 한국경제여건을 보는 눈은 해외투자가 많고 한국의 의존도도
높은 일본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일본대장성이 발표한 일본기업의 93년상반기(4~9월) 대한투자실적은
1억5천9백만달러. 일본기업들의 총해외투자 1백57억1천1백만달러의 1%에
불과하다. 92년(92.4~93.3월)역시 2억2천5백만달러로 전체해외투자액
3백41억달러의 0.66%에 그쳤다.

한국의 수출입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안팎에 이르고 일본의
무역에서도 한국비중이 5%내외를 차지할 만큼 양국간 의존도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다.
투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조업으로 좁혀보면 상황은 더욱 심하다.
지난해 10월까지 대한제조업투자는 전체투자의 26.9%인 6천6백만달러
(재무부통계)다. 91년만해도 전체투자의 70.4%(1억5천9백만달러)를
나타냈던 제조업투자가 92년 52.3%(8천1백만달러)로 줄어들고 다시
큰폭의 감소세가 이어졌다.

한번 더 좁혀 들어가 보자. 지난해 제조업투자중 신규투자는 1천2백만
달러. 전체투자의 5%선에 불과하다. 나머지 자금은 이미 투자해 놓은
사업에 대한 증자자금으로 들어온 것이다. 새로 공장을 짓기위해 들어
오는 자금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반면 한국에서 철수하는 기업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10개월간 한국을 떠난 기업은 23개사로 이미 92년의 연간치 20건을
추월했다. 지난해 한국에 투자한 업체가 14개사임을 감안하면 진출
업체보다도 철수업체가 더 많다. 철수규모역시 93년 10개월간 8백50만
달러 92년엔 2천2백만달러로 제조업에 대한 신규투자금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일본기업의 대한투자명맥을 이어가는 것은 증자자금이 아니면 서비스업에
대한 투자정도라는 얘기다.

대한투자감소가 일본국내의 경기부진으로 전체해외투자가 줄고있기
때문이란 시각은 어불성설이다. 재무부가 집계한 전체외국투자유입건수
역시 89년 3백36건 91년 2백86건 93년 2백18건으로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는 극히 대조적이다. 일본기업들의 대중투자는 90년만해도
3억4천만달러에 그쳤으나 92년엔 10억7천만달러로 급증했고 지난해는
상반기에만 7억달러선에 이르고 있다. 아세안국가들에 대한 투자 역시
매년 30억달러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의 경쟁상대국으로 꼽히는 NIES(신흥공업국)국가들에도 일본자금은
꾸준히 몰려들고 있다. 불황의 영향으로 일본의 전체적인 해외투자가 줄고
있음에도 불구, 지난해 상반기중 홍콩엔 6억1천만달러 싱가포르는 3억3천
만달러의 일본자금이 각각 투자됐다. 유독 한국만이 미운오리새끼
신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기업들의 움직임은 한국의 투자여건을 상징한다. 이땅은 외국
기업들이 들어오기엔 적당한 장소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미 들어왔던
기업까지 철수를 해야 할 정도로 조건이 열악하다.

일본국제경제교류재단의 아카자와 쇼이치(적 장일)회장은 "80년대부터
세계기업들이 급속히 글로벌화됨에 따라 각국이 투자여건을 개선,적극
적인 투자유치에 나섰다. 그러나 한국은 이 추세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
게다가 임금상승 노사분규등으로 투자환경도 나빠졌다. 한국내에서는
일본이 부메랑효과를 두려워해 투자나 기술이전을 꺼린다는 얘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 원인은 투자여건의 악화에 있다"고 강조한다.

외국업체들이 기업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국내업체들 역시 마찬
가지다과 경제단체나 기업들이 틈만나면 투자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는 것도 결코 주장만을 위한 주장은 아니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