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xx부장과 <><><>지점장이 유력하다더라". 신년인사가 오고가는
말미에 은행원들사이엔 이런 "하더라통신"이 더해졌다.
밑도 끝도 없는 이런 소문은 그러나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게 경험이
주는 사실이다.

대개 이런 소문은 대상자의 경력이나 능력을 바탕으로 생산된다.
거기다가 전하는 사람의 정보와 가치판단도 개입된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누구는 안되고 누가 돼야한다"는 식으로
나타난다.
이른바 "행내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은 이렇다.

"현재 임원 대다수는 당시 정부 실력자들의 후원을 받아 지금 자리에
올랐다.
자질과 관계없이 임원자리에 올랐던 이들은 경영에 문제를 일으켜
부실채권을 키웠다.
지금 부장급이나 지점장급중에서도 임원이 되면 안될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임원이 되면 기로에 서있는 은행경영에 치명타를 입힐것이다".
지난달 S은행에선 이런 요지의 이른바 "괴문서"가 나돌았었다.
괴문서는 임원이 돼서는 안될 사람으로 16명의 지점장과 본부부장을
구체적으로 꼽고 있었다.

이 괴문서를 보는 S은행직원들의 의견은 둘고 갈라졌다.
은행(현경영층)에 불만이 많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의 장난이라고
치부하는 시각이 첫번째다.
주로 현재 경영층과 가까운 사람들의 얘기로 구체적으로 이 문서를
만든 사람까지 거명했다.

다른 하나는 이 문서의 출처야 어쨌든 그 내용에 대해선 상당히 공감이
간다는 시각이다.
이런 비슷한 문서는 해마다 주총을 앞두고 어느 은행에서나 쉽게
찾아볼수있다.

파벌간의 알력이 있는 은행에선 정도가 더욱 심하다.
괴문서형태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것은 고의적 목적이 있는게 사실
이지만 일정정도 행내의 의견을 타나내는것만은 분명하다.
"모아니면 도".

올해 만55세(39년생)가된 한 시중은행의 K부장은 요즘 잠도 제대로
자지못한다.
만일 이번 주총에서도 임원이 되지못하면 그의 30년은행생활은 공든탑이
되고만다.

주위에선 아직 정년(만58세)도 멀었는데 너무 신경쓰지말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이런 위로는 은행사정을 잘 몰라서하는 얘기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은행에선 만55세만 넘으면 후선으로 물러
나는것이 관행이다.

더욱이 K부장은 지난해부터 은행이 적극 추진하고있는 명예퇴직대상에
올라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해왔고 능력도 있다고 자부해온 K부장으로선 별을
달지못하고 제대한다는것이 생각만해도 아쉽기만하다.
그렇다고 임원에 이를수있는 뚜렷한 무기를 가지고있는것도 아니다.
누구처럼 동원할 변변한 줄하나 가지고있지않다.
동문그룹이 막강하지도 않다.
그래도 K부장이 실날같이 기대하는것은 한가지다.
능력도 능력이지만 후배직원들에게 후한 평판을 얻고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은행에서 가장 초조한 사람들은 바로 K부장과같은 만55세가
넘어가는 본점부장들이다.
이들이 올해도 임원이 되지못하면 별자리는 영영 물건너가버리는 셈이다.
그래서 이들 심정은 "모아니면 도"다.
39년 이전출생으로 본점부장을 하는 사람은 수두룩하다.

한일은행에선 표계영검사부장 유선주신탁부장 정용익국제부장등 13명이
마지막 찬스를 앞두고있는 사람들이다.
조흥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용원자금부장 송갑수특수영업부장등 7명이 올해가 아니면 내일을
기약할수없는 사람들이다.
제일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유재웅종합기회부장(37년)을 비롯 박해룡자금부장등 17명이 만55세를
넘긴 사람들이다.

이들은 나이나 경력 능력으로보아 임원후보에 거론되기에 합당하다.
그러나 이들에대한 행내여론은 각각 다르다.
어쩌면 경영층이 하늘위에서 보는것과 상당히 다를수도있다.
행내여론은 그 조직 사람들의 의견을 나타낸다.
언론등 외부에서 거론되는것하곤 또 다르다.

그러나 행내여론은 극히 부분적이고 검증되지못했다는 한계를 가지고있다.
또 인사권자가 이를 반영할 구조적인 루트도 확보하고있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사람의 능력이나 비전은 그 조직에 몸담고있는 사람이 제일
잘안다.
따라서 인사권자도 밑으로부터의 의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외부의 입김이나 주관이 선행한다면 개방시대의 은행경영에 치명상을
줄수도있다.
행내여론을 살펴보는것이 아마 문민시대의 은행인사에서 임원학을
구성하는 첫번째 과목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