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정부에의 탄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을 안 가쓰는 작전을
바꾸기로 했다. 정부측은 이미 세워진 동정(동정)이라는 큰 기둥을
변경할 수가 없을 터이니, 그 동정의 실질적인 책임자인 사이고다카모리를
붙들고 늘어지기로 하였다.

가쓰는 이름난 검객(검객)이며 언변이 남달리 뛰어나기도 한
야마오카데쓰슈(산강철주)를 사자로 선정하여 서찰을 적어서 사이고에게
보냈다. 마스미쓰규노신(익만휴지진)도 동행 시켰다.

마스미쓰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 사이고가 에도로 밀파하여 고요도를
조직해서 치안을 교란케 한 두 심복 가운데 한 사람인데, 막부측에서
사쓰마 번저를 불태울 때 붙들렸었다. 그런데 가쓰가 작용을 하여
그르 옥에서 풀려나게 해서 자기 집에 데리고 있었던 것이다.

가쓰는 막부의 중신이면서도 세상을 내다보는 눈이 남달라서 이미
막부의 힘으로는 일본의 앞날을 지탱해 나갈수 없다는 그런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일찍이 사이고를 비롯한 여러 근황의 지사들과 교우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사상과 포부를 잘 알고 있었고,또 내심 그들을 지지
하기도 했다. 그런 그인지라 사이고의 심복인 마스미쓰를 죽게 하지
않고 구명을 해서 데리고 있으면 언젠가는 써먹을 날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에게 가쓰는 야마오카와 함께 가서 사이고에게 소개를 할 뿐
아니라, 옆에서 야마오카를 도와 사이고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일조를
하라고 당부를 하였다.

사이고는 그때 하코네 관문의 서쪽인 순부(준부)에 도착하여 그곳에
동정군의 대본영을 설치하고 있었다.
삼월 초순의 어느 날 아침나절이었다. 사이고는 에도 막부에서 보낸 두
사람의 사신을 맞았다.

두 사신은 사이고 앞에 무릎을 꿇고 깊이 머리를 숙여 절을 했다.
그리고 그중 한 사람이, "사이고 도노,제가 왔습니다"하고 불쑥 입을
열었다.
그를 눈여겨 바라본 사이고는, "아니,이게 누구야. 마스미쓰 아니야"
깜짝 놀라며 가뜩이나 큰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예, 마스미씁니다. 제가 이렇게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아하, 난 죽은
줄만 알고 있었는데. 그때 붙들렸다기에.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제가 죽지 않고 이렇게 살아서 사이고 도노를 다시 뵙게 된 것은
전적으로 가쓰야스요시 대감의 덕택입니다. 그분이 저를 옥에서 꺼내어
살려 주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