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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인명창] (1) 대취타예능보유자 정재국씨..혼이 우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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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이란 말도 몰랐습니다. 길가에 붙은 "국비장학생모집"이란 포스터를
    보고 국악사 양성소에 원서를 냈지요. 입학 시험장에서 실기로 노래를 불러
    보라고 하길래 "산타루치아"를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14세때인 56년 향학열에 이끌려 무엇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국악사 양성소
    (국악고교 전신)에 들어갔다 가슴을 송두리째 빼앗는 피리소리에 매료돼
    평생을 그 소리와 함께 사는 국악인 정재국씨(52.중요무형문화재 제46호
    대취타예능보유자.국립국악원 원로단원).

    그는 타고난 음감과 정열적인 노력으로 피리 태평소 생황 등 별로 빛나지
    않는 악기만을 골라 고집스레 아껴 일가를 이룬 우리시대의 명인이다.

    국악입문 40년이 가까워오지만 지금도 박을 잡고 지휘하기 보다는 연주
    단원틈에 끼어앉아 피리불기를 고집하는 연주인이다.

    지난 72년 명동예술극장에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피리독주회를 가져
    그동안 가야금 대금 등만이 영역을 지켰던 국악독주회에 새로운 장을 연
    그는 지난해 8월 최연소라는 기록을 세우며 중요문화재 대취타예능보유자로
    지정받았다.

    그가 피리소리에 매료된 것은 국악사양성소에서 1년을 보낸 후였다.

    "2학년때는 전공을 정해야했어요. 그 사이 연습실에서 김준현선생이
    연주하는 피리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 씩씩한 음조가 얼마나 가슴에
    와닿던지 바로 피리를 전공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의 피리는 최순영 이석재 김준현으로 이어지는 20세기 한국피리의 맥에
    닿아있다. 다만 김준현선생이 61년에 타계하고 또 김태섭선생도 다른 길로
    가버려 그의 피리는 외롭게 울었다.

    72년 독주회 이후 10년 주기(82,93년)로 국내연주회를 갖는동안 정악뿐
    아니라 산조 신곡 등 민속악과 현대음악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연주해왔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지에서 독주회를 가졌고
    올해도 6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국음악의날 행사에 가야금의 황병기
    교수(이화여대)와 함께 참가할 예정이다. 독일WDR방송국이 주최하는
    "세계리드음악페스티발"에도 초청을 받았다.

    "피리는 온몸에 기를 모아서 해야할 정도로 힘이 듭니다. 열심히 불다보면
    온몸의 종기가 다 터져버리고 말지요. 그 노력으로 10년은 불어야 독주가
    가능합니다. 요즘 학생들은 그냥 악보나 보고 건성으로 불려하니 그 자세가
    한심합니다"

    정씨는 지난해부터 음반제작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피리정악곡은 전체
    26시간,피리독주는 10시간분량의 곡이 그의 머리에 암기돼있다. 그 모든
    것을 녹음할 예정이다.

    "국악의 전체음조를 리드하고 주선율을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악기인
    피리가 아직 문화재 지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맥을 잇고 전통을 지켜
    나간다는 측면에서 빨리 지정돼야 해요. 대취타도 개인종목으로 지정돼
    문제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단체종목 지정이 바람직하지요"

    그가 대취타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62년의 일이다. 조선말기 궁중
    취타수 출신인 최인서(1896~1978)선생이 61년 5.16후 국군의날 가장행렬
    에서 "대취타"를 재현했고 그때 그는 취타수로 참가했었다.

    근 10여년이 지난 72년 최선생으로 부터 대취타를 전수받아 77년 이후에는
    유일한 이수생이 됐다.

    대취타는 부는(취)악기와 때리는(타)악기의 혼성군악대. 태평소 용고 나각
    나발 자바라 장구 징등으로 편성된다. 조선시대에 특히 활성화됐고 최근
    에는 86,88 아시안게임과 올림픽때 대취타가 행해졌고 지난해 대전엑스포
    개막식때도 대취타가 선보였다.

    정씨는 현재 이수자 전수생 합쳐 10명정도 밖에 되지 않는 규모로는
    소취타 밖에 되지 않는다며 국가적 지원이 있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정씨는 67년부터 모교인 국악사 양성소에서 교편을 잡아 매년 20여명씩의
    피리제자들을 배출했다. 74년부터는 이화여대 추계예대에 출강했고 현재는
    서울대 한양대에 나가고 있다.

    정악계열에서 피리부는 사람이라면 모두 그의 제자라고 보아도 좋을
    정도이다. 곽태천 윤병구 박문규 사재성 곽태규 이종대 강영근씨등이
    그의 애제자들이다.

    "제가 배울 때에 비하면 국악에 대한 이미지는 정말 좋아졌지요. 기생집과
    연관시키는 시각도 많았고 "니나노"라고 놀림도 받았지요. 그러나 교육기관
    이 늘고 국민의식이 바뀌면서 국악은 이제 우리 민족의 정통음악으로서
    자리잡은 것 같아요"

    당시 국악사양성소 동기생들은 모두 30명이 입학해 21명이 졸업했지만
    국악계에 남아있는 사람은 정씨 자신을 포함 이상용(단국대) 김선한
    (이화여대) 구윤국(경북대)교수등과 이희명(KBS국악관현악단장)등
    5명뿐이다.

    "국악의 해를 맞아 국악계는 다시한번 탈바꿈해야 합니다. 기존 국악의
    확산에도 신경을 써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악의 세계화
    입니다. 국제음악이 돼야하지요. 악기의 개량이 필요하고 국민 각계각층의
    정서에 부합되는 다양한 음악들이 창작돼야한다고 봅니다"

    정씨의 아들은 단국대에서 해금을 전공,아버지의 뒤를 잇고있다. "남의
    아이만 가르치기 보다 내가 모범을 보여야한다"는 정씨의 집념때문이다.

    <권령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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