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세대들은 청년기추억으로 전쟁의 흔적이 채 가시지 않은 우울한
모습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구걸하는 고아들과 목적없이 거리를 배회하는 상이용사들,가난과 배고픔
등으로 점철된 회색빛 초상이 젊은 시절에 느껴야 했던 비애였다.

그당시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 고국을 등지고 잘사는 나라,희망의 나라로
기회를 찾아 떠나갔다. 주로 미국으로,또는 풍부한 자원을 가진 꿈의 대륙
아프헨티나,브라질등으로.. 남은 사람들은 그들을 부러워하면서 자신에게도
그러한 기회가 오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그로부터 30여년. 아이러니칼하게도 미국에서는 LA폭동으로 교포들이
수난을 겪고 브라질은 세계 최대 채무국의 하나로 전락했으며 아르헨티나
역시 불안한 정관과 고인플레이션으로 허덕이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각고의 노력으로 선진국의 문턱에까지 진입했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선진국대열에 낄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더구나
올해는 서울 정도 6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방문의 해로 설정,갖가지
행사를 벌인다고 하니 작년 엑스포보다 몇배나 많은 외국인들이 찾아오지
않겠는가.

잘사는 나라를 동경하며 기회가 닿는대로 고국을 떠나보고 싶어했던
우리가 지금은 수많은 외국인을 맞이하여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려하고
있다. 그당시의 추억들이 지금은 마음 한구석에 허상으로 씁쓰레하게
남는다.

그러나 "한국은 너무 빨리 부자가 되어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한다"
"후발개발도상국보다 경쟁력이 뒤지고 있다"는 조소섞인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금년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우리 국민의 질서의식과 근면함을 보여주어
한국의 재도약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킴으로써 가난한 고국을 버리고
떠나야만했던 많은 해외교포들의 가슴아픈 과거를 긍지로서 회복시켜
주어야할 때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