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기조하의 경제활성화를 슬로건으로 제시한 올해의 경제운영 방향은
성장쪽에 무게가 실려있음을 엿보게 할뿐 이렇다할 새로운 내용이 없는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정재석새경제팀이 5대시책과제로 요약했다고는 하나 외국인 투자활성화
물가안정 공정경쟁 재정.금융개혁 의식개혁등 종래의 구호성 단어만 범람
할뿐 이런 구호를 각론화하고 실체화하는데는 여전히 미진했다는 지적이다.

경제운영계획이 이렇게 짜여진데는 신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 금융 재정
행정규제완화등의 개혁을 통해 경제운영의 새틀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총론에만 급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년에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 체제의 출범으로 시장개방이 불가피한데다
북미자유무역협정 유럽경제지역등으로 인한 경쟁력제고가 시급한 과제가
됐다는 뜻이다.

다만 물가불안이 초래될 경우 성장기반 자체가 무너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안정기조를 해치지 않겠다는 것을 계획안에 구색으로 갖춰넣었다고 볼수
있다.

그러니까 올해 경제운영은 경쟁력강화에 중점을 두면서 시장개방 물가불안
등 갑자기 불거져 나온 교란요인에 대처한다는 원론적인 전략을 제시한데
불과하다.

이같은 경제운영계획은 정부가 금년의 경기를 어느정도 낙관한데서 나온
결과라고 볼수도 있다. 실제로 정부는 올 성장 6~7%,물가 6%수준,경상수지
흑자 10억~20억달러라는 양호한 실적을 거둘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안정기조만 유지된다면 지난 연말 이후의 경기회복세를 지속시킬 경우 올
경제는 정상궤도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올 경제는 지난해(4.7%)와 올해(5%내외)의 성장부진에서
벗어나 잠재성장수준까지 끌어 올릴수 있을 것이고 경상수지도 지난
90년이후의 연속적자에서 본격적인 흑자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할수 있다.

물가안정만 이루어지면 86,87년이후 처음으로 성장 물가 국제수지 등
세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장미빛 청사진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기업들의 투자의욕이 되살아나지 않은데다 엔화가 하락세를
보이는등 최근의 경제 여건은 좀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재석경제팀 출범이후 그동안 눌러왔던 공공요금을 비롯한 각종
물가가 들먹이는 바람에 노사관계와 임금안정기조도 무너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마저 안고있다.

여기에다 쌀시장개방에 따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고 사회간접자본투자
규제완화등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기업의욕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경쟁국에 비해 열악한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최우선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올 한해는 김영삼대통령 집권기간중유일하게 선거가 없어 경제에 전념할
수 있는 시기다. 올 한해마저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부추기고 경쟁력을 강화
하는데 실패할 경우 경제활성화의 돌파구를 마련할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처지다.

정부가 올 경제운영계획에 농어촌대책 민간기업활동활성화등 5대시책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힌데서도 경쟁력강화가 발등의 불로 떨어진 시급한
과제임을 확인할수 있다. 그러나 각론을 들여다보면 정부총리가 제시한
민간주도 경제를 뒷받침할만한 구체적인 대안은 민자유치 규제완화등
새로운게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는 느리기는 하나 회복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 성장률이 7%수준을 무난히 달성할수 있다고 보는 것도 이런이유에서다.
그러나 단순히 지수상의 호전보다는 경쟁력을 제고할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찾아 이를 착실히 실천해가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거시적으로 안정을 이루면서 미시적으로는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겠다"
(장승우 경제기획국장)는 발언에서도 정부스스로 이를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나아가 우리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실천전략이지 구호성 시책과제의 제시가 아니라는 얘기다.

<박영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