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한국화가 박대성씨를 만났습니다. 진짜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쉽지 않다는 마음을 토로하는 선배앞에서 코끝이 찡해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 갑술년 벽두에 서울삼청동 버스종점 아래 화실에서 만난
서양화가 권준씨(39)는 자신 역시 혼이 담긴 그림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잠을 설친다고 털어놨다.

20-31일 서울강남구청담동 수목화랑(518-5884)에서 가질 열번째 개인전을
앞두고 마음의 부담이 적잖다는 것.

"올해 우리나이로 마흔입니다. 무게와 깊이가 있으면서도 어둡지 않은
그림,밝고 화사하되 지나치게 감각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화면을 만들고자
하는데 뜻같지만은 않습니다. " 이번 전시회의 출품작은 "고요" "정"
"나리꽃" "베니스 기억중에서" "독가촌의 겨울저녁" "10월"등 유화 30여점.

"어렵다"는 말과는 달리 종래그림에 비해 한결 밝으면서도 깊이있게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이전작품들이 정적인 분위기가 강하던 데 비해 화면 전체에 율동감이
넘치는 것도 변화중의 하나.

"지난해 붓을 바꿨습니다. 짧고 딱딱한 붓에서 동양화붓처럼 길고
부드러운 것으로 바꿨더니 힘이 드는 대신 화면에 부드러운 움직임이
생겼습니다. " 긴 붓의 경우 상당한 필력을 필요로 하는 대신 화면에
생동감을 불어넣어준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출품작중에는 숨소리가 들리는 것들이 많다. 과거
권씨작품의 중심을 이루던 정물화 대신 풍경화가 많아진 점도 이번
전시회의 특징.

구상화임에도 불구하고 대상을 해체,전반적으로 강하고 거칠던 데서
사물의원형을 복귀시켜 놓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남미를 여행한 후 화실에 돌아와보니 제 그림의 대부분이
캄캄했습니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번 전시회가 끝나면
4월쯤 지중해쪽으로 다시 떠나볼까 합니다. " 화실안에 틀어박혀 그리던
데서 벗어나 현장스케치에 중점을 두겠다는 얘기이다.

진정한 우리그림을 그리기 위해 올해부터는 서예공부도 할 작정이라고.

권씨는 안동 태생으로 영남대회화과를 졸업했다.

<박성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