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도 경제운영방향은 신경제5개년계획의 제2차연도 경제운영계획이라
할수 있다. 우리는 이 계획에서 우선 두가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변화를 발견하게 된다. 첫째로 여기에서는 신경제5개년계획에서 볼수
있었던 추상적 수사를 찾아 볼수 없다는 점이다. 민간의 참여와 창의에
의존하되 정부도 참여한다는 신경제5개년계획의 애매모호한 민간과 정부간
의 역할분담론에 비해 이번 경제운영방향은 정부의 역활을 보다 구체적
으로 분명히 함으로써 불필요한 수사에 의한 경제정책상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었다.

또 다른 하나의 변화는 이 계획이 금년 경제에 대한 전망만을 내보일뿐
목표치는 내걸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에 발표된 문서의 이름
조차도 경제운영계획이 아니라 경제운영방향이라고 되어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화와 국내 경제구조의 개혁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도전에 대응
하는 것이 단기적 경제성장률이나 물가목표의 달성보다 더 중요하다는
인식에 근거한다고 하겠다.

사실 오늘날과 같이 국제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시도할 수 있는
정책의 범위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국제적 규범이 인위적인 정책의 시행
을 허용하지 않으며 설사 그러한 정책을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제가 국제화되어 갈수록 정부는
단기적 경기조절정책보다는 장기적 구조조정과 제도개선에 보다 큰 비중
을 두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에 발표된 94년도 경제운영계획은
일단 올바른 골격을 지녔으며 신경제5개년계획의 보완수정이라는 차원
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올바른 방향이 설정되었다 하더라도 실행과정에서 문제
에 봉착하게될때 그 계획은 본래의 의도대로 집행되지 않을 가능성을
지니게 된다. 이 계획이 실행과정상에서 부딪치게 될 첫번째 문제로는
물가안정이라는 대중적이고 정치적인 요구를 들수 있다. 물론 이 94년도
경제운영방향에도 물가안정이 하나의 중점시책으로 선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이 추구하고 있는 거시적 안정과 미시적 자유화는 적어도 단기적
으로는 상충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서 문제는 과연 어느 과제에 더
중점을 둘 것이냐는 것이다. 우리경제가 국제화되고 또 국제경쟁력을 높여
가야 한다면 이에대한 해답은 분명하다. 즉 장기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경제운영규칙을 개선하는 일에 보다 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일시적
인 부문별 가격상승 때문에 구조조정을 이루는 일을 미룰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