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새바람이 불고있다. 지난해 사정한파에 한것 위축됐던 분위기를
털고 일어나 대대적인 설비투자확대를 계획하고 있는가하면 UR타결과
함께 국제화 현지화를 겨냥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또 매출위주의
무의미한 경쟁에서 탈피, 질위주의 경영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경쟁기업간의 부품교환등 상호협력체제도 구축되어가고 있다.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더불어 그동안의 온정주의 인사에서 능력위주의 인사가 확산
되고 있으며 연봉제 등 능력급제의 도입이 시작되고 있다.

현대 삼성 럭키금성등 주요 대기업그룹들은 올해 매출및 수출목표를
공식발표하지 않았다. 아예 그룹의 매출목표를 잡지 않은 곳도 있다.
소모성의 양적경쟁은 국제화시대에 걸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각업체들은 품질 연구개발 고부가가치제품비중등 질적 항목위주로 업적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소모성 경쟁의 지양은 경쟁업체간 전략적제휴라는 새로운 생존양식을
도출해 내고 있다. 삼성전관과 금성사가 산업재산권 상호사용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현대전자와 아남전자가 AV기기의 상호OEM계약을 맺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중공업 현대중장비산업등 건설중장비업체들은 그동안
수입에 의존해오던 부품을 경쟁기업이 국산화한 기어펌프등을 서로 구매해
사용키로 했다. 이같은 협력체제는 해외마케팅으로도 확대,삼성전자
금성사 대우전자등 가전3사는 지난해말부터 일본에 공동으로 대규모
애프터서비스센터 설립을 추진중이다.

내적변화도 크다. 그동안 온정주의로만 흐르던 인사가 능력과 경쟁위주로
바뀌었다. 삼성그룹이 지난연말인사에서 임원의 25%인 1백98명을 일선에서
퇴진시킨데 이어 현대그룹과 럭키금성그룹도 40명에 가까운 임원을
내보냈다. 국제화시대에 걸맞지 않는 임원을 퇴진시키는 한편 신진들에게
회사경영의 길을 열어준다는 것이 이유이다. 전에 없던 일이다.
전문기술직의 약진도 두드러져 이미 인사를 단행한 현대 삼성 럭키금성
선경 기아등의 올해 승진임원중 56%가 이공계출신 임원이다. 현대 삼성
등이 창업이래 첫 여성중역을 낸 것도 특기할 만한 일이다. 능력주의
인사방침에 따라 고졸출신임원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삼성이 올해
4명을,기아가 5명을 배출했다.

신인사제도의 도입과 함께 럭키금성그룹의 호남정유와 금성사는 자신의
목표를 직속상사와 상담을 통해 정하고 그 달성정도에 따라 평가를 받는
목표관리제라는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두산그룹이 올해부터 전계열사의 과장급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실시한 것을 시작으로 능력급제는 보다 확산될 조짐이다. 이와함께 잇단
조직개편을 통해 관리직을 줄여나가는 한편 영업 판매등의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경영환경의 급변에 따른 대응도 활발해 대부분 그룹들이 그린라운드
에 대비한 상설조직을 구성하는 한편 국제화본부 통상대책팀을 잇따라 신설
하고 있다.

공격적인 경영에 나선 현대그룹이 올해 투자목표를 작년보다 1백20%
늘어난 4조5천억원으로 책정하는등 대부분 업체들이 투자목표를 대폭
늘려잡고 있다. 고합그룹이나 쌍룡그룹은 올해 투자를 작년보다
1백80.8%와 1백38.8%씩 늘리기로 했다.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한
연구개발투자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는 것도 눈에 띠는 변화다.

더이상 노사분규는 없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임원들이
"공장라인타기운동"에 적극 참여,근로자들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근로자들에 대한 대우도 크게 달라지고 있으며 회사의 경영실태를 이들에게
공개하기 위한 사내홍보도 대폭 강화되고 있다. 기아그룹은 올초부터
공장장들이 책상을 없애고 하루종일 현장을 돌아보는 체제로 전환했다.

조기출퇴근제의 도입으로 사원들의 자기계발에도 적극 나서 삼성에 이어
한일 쌍룡 효성 포철 기아등이 이제도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김정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