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연극원의 입학생중 외국인이 끼여있어 연극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인 이시카와 쥬리씨(28.석천수리)가 그 주인공. 특히 그가 지원한
분야가 모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조차 힘든 극작과 이론전공이라는 점에서
더욱 "값진 합격"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원에 구애받지않고 일정한 자격에 도달해야 합격시킨다는 엄격한
선발규정때문에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아마 외국인이라고 특별히
봐준것 같아요. 동기생들이 모두 높은 경쟁률을 뚫은 우수한 인재들이라
겁도 나지만 평소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게 돼서 의욕도 많이 생겨요."
유창한 한국말솜씨로 화제의 주인공 답지않게 겸손한 입학소감을 밝히는
이시카와씨는 지난 88년 일본 와꼬대학졸업(인간관계학 전공)당시 "한국의
민중연극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썼을 정도로 한국 연극에 관심이 많았던
연극도. 우리말도 이 대학 재학중 제2외국어 수강을 통해 익히게 됐다고
한다.
이시카와씨의 연극에 대한 열의는 어려서부터 싹텄다. 연극을 좋아하는
부친의 손에 이끌려 객석을 쫓아다니며 자연스럽게 연극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부친은 연극에 대한 열의만 심어준게 아니다. 이시카와씨가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된 것도 아버지 영향.
신문기자로서 많은 국내 언론인들과 두터운 친분관계를 맺고 있던 아버지
덕분에 일찍부터 한국인들과 자주 접할 기회가 있었다. 이때 생긴 한국에
대한 친근감으로 대학시절 방학을 이용해 연극관람차 한국을 방문하게 됐고
급기야는 한국남자를 인생의 반려자로 맞이하게 된것.
지난 89년,지금은 부군이 된 김세동씨(31,연극배우)의 일본공연때 통역을
맡아본 것이 인연이 돼 결혼에 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어로 평론을 쓰고 싶어요. 또 일본연극을 한국어로
번역해 양국간의 연극교류에도 도움이 되고 싶구요."
라며 자신의 포부를 밝히는 이시카와씨는
"한국연극은 너무 희곡위주에요. 연극은 음향,조명등 기술적 측면이 한데
어우러진 종합예술인데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한것 같아요. 자기
색깔이 분명한 연극인들도 더 많이 배출되야 한다고 생각해요."
라는 우리연극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