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국제화시대이다. 국제화시대에는 모든 부문이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 금융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다행히 국내금융기관들도 "질경영"을 앞세운 변신노력이 활발하다. 결국은
일류로 가는 길에 들어서자는 의도일 것이다.

이에따라 한국경제신문사는 월요기획으로 "금융산업-일류로 가는길"이란
시리즈를 마련한다.

은행등 각 금융기관의 ''신경영''을 심층 추적, 소개함으로써 국내 금융산업
의 질적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다.

"지금 포커를 치고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돈은 꼭 20만원인데 패는
"트리플(triple)"입니다. 상대도 패가 좋은지 모든 판돈을 걸 기세입니다.
이럴 경우 어떻하시겠습니까"

"미국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금리도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상담하는
투자자들에게 어떤 종목에 어떻게 투자하도록 권하시겠습니까"

"기업이 국제금융시장에서 1천만달러를 빌려달라고 오퍼를 냈습니다.
이 경우 뱅크론을 빌리겠습니까, 아니면 채권이나 주식을 발행토록
하겠습니까"

지난해 12월 20일 외환은행본점 14층 회의실에서 쏟아진 질문이다.

얼른 보기엔 "모의투자게임"같기만하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그게
아니다. 질문을 던지는 측 은 외환은행의 이수신 외화자금부장 김창덕 국제
본부 본부장 정의연 국제자부장등 국제업무 관련 책임자이다.

대답하는 사람은 이제 20대 중반의 패기만만한 젊은이 들이다.

외환은행이 국내은행중 처음 시도한 해외석.학사 국제금융전문인력 선발은
이런 면접과정을 거쳤다.

이 시험에 지원한 사람은 43명. 전공시험과 어학테스트를 거쳐 21명이
이런 모의투자게임같은 면접시험을 봤다.

이런 4단계의 테스트를 통해 최종적으로 "국제금융전문인력"이라는 타이틀
을 딴 사람은 모두7명.

전문인력이라는 호칭답게 이들의 학력은 화려하다.
펜실베이니아대 매사추세츠대 로체스터대 위스콘신대등.

4명이 석사이고 3명이 학사이다. 6-10년씩 외국에서 살아 영어는
"네이티브 스피커"이다.

전문인력이라서 남녀차별도 없다. 7명중 여자가 3명이다.

외환은행이 굳이 외국에서 학위를 취득한 사람을 뽑은 이유는 간단하다.
금융개방이 가속화되고 외환거래가 급증할것에 대비하자게 목적이다.

"금융시장개방에 대처하기위해선 능력있고 자질있는 사람을 뽑아 체계적인
교육을 거쳐 전문인력으로 양성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조성진 인사
담당상무)이다.

이들이 "투자게임면접시험"을 치르고 있는 비슷한 시간. 외환은행 본점
17층 외화자금부의 딜링룸.

외환단말기를 바라보는 김종성과장의 눈이 순간 일그러졌다. 일본계 은행
들이 갑자기 "엔화 팔자"를 외치고 나섰던 것.

몇분 안되는 시간동안 김과장의 머리엔 수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일본에 무슨 일이 있긴 있는 모양인데 그게 뭘까. 외신텔렉스를 아무리
살펴봐도 돌발적인 상황은 없는데. 1억엔의 돈을 지금 팔아야할까"등등.

결국 돌발상황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김과장은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을수
없었다.

"0. 5초의 승부사". 김과장같은 외환딜러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부른다.
순간의 판단이 개인의 능력으로 평가되고 은행의 수익을 좌우해서이다.

더욱이 김과장처럼 달러등 외국돈을 엔등 다른 외국돈과 바꾸는 일을 하는
사람이 거래하는 시장은 하루 24시간 해가 지지않는다.

시드니를 시작으로 도쿄 홍콩 싱가포르 바레인 프랑크프르트 취리히 런던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등 지구를 한바퀴 돌아가며 거래가 이뤄진다.

냉철한 판단력과 동물적 본능 배짱과 끈기가 필수적이라는 애기다.

그래서 외국에선 30살만 넘으면 딜러로선 환갑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외은
국내지점만 보더라도 20대와 30대초반의 딜러가 수두룩하다.

씨티은행의 김준송부장(33),몬트리올은행의 최연희과장(31.여),체이스
맨하탄은행의 송근철대리(28)가 바로 그들이다.

국내은행은 아직까지 딜러등 국제금융전문요원을 체계적으로 양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 은행원중 일부를 선발, 임시방편으로 써먹고 있는게 고작이다.
그러다보니 40에 가까운 대리나 과장이 간판 딜러로 군림하고있다. 수명도
길지않아 수시로 영업점으로 발령이 난다.

전문인력이라고 말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이같은 차이를 극복하자는
시도가 외환은행의 해외석.학사선발이다.

"국제화시대에 국내은행도 이제 걸음마를 벗어나 일류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서"(허 준은행장)이다.

물론 이들이 모두 외환딜러가 되는것은 아니다. 외환딜러외에도 해외유가
증권투자 장단기 외화자금조달 선물 옵션등 금융파생 상품개발등에도 참여
하게된다.

아울러 자질이 없다고 판단되면 "전문인력"이라는 타이틀도 반납해야만
한다.

외환은행은 이들을 국제금융전문가로 키우기위해 17일부터 2년이 넘게
연수를 시킬 계획이다.

우선 <>1주일간의 오리엔테이션 <>12주간의 외환자금부 국제투자부
국제영업부등 국제부서 순환근무 <>11주동안의 서울시내 대형점포근무가
이들을 기다리고있다.

이 과정을 마치면 현업에 배치돼 해외연수등을 통해 1년반동안 "수습딜러"
의 길을 걷게된다.

"우리나라 외환부문요. 많이 뒤졌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달리기에서
선진국들은 대구쯤 가있다면 우리는 아직 수원근처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그것도 외국이 고속도로를 질주하는데 비해 우리는 국도로 말입니다"
(유종섭국제담당상무).

외환은행은 분명 국내은행에선 외환부문에 관한한 일류이다. 그렇다고
외국은행과도 견줘 일류인 것은 아니다.

외환은행은 그러나 일류로 가는 길로 접어들기위해 핸들을 돌리고 가속기
(엑셀레이터)를 밟기 시작한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가속기가 제대로 작동
해줄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하영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