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화랑이 전시회를 열면서 작품의 가격과 판매수익을 공개하겠다고 나서
미술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시장입구에 가격표를 걸고 거래실적 일체를 국세청과 관할세무서등에
제시하겠다고 밝힌 곳은 서울종로구관훈동의 학고제(739-4937).

학고제 대표 우찬규씨는 20-31일 한국화가 문봉선씨(33 인천대전임강사)의
"북한산전"을 열면서 이처럼 획기적인 방법을 시도,주목을 끌고 있다.

우씨는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화랑과 고미술상들은 더욱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며 "22-42%나 되는 미술.골동품거래에 대한 현행세율이 과연
현실과 부합되는 것인지 검증해보고 맞지 않는다면 적정한 세율은 과연
어느정도인지 한번 도출해보자는 생각에서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미술.골동품 거래에 대한 현행세율이 지나치게 높고 따라서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이를 인하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 있어왔으나 이처럼
거래내역공개를 통해 화랑과 세무당국이 함께 적정세율을 찾아보자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고재측은 이를 위해 세무당국의 실사작업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

금융실명제 실시이후 쏟아진 세무당국의 감시눈초리로 인해 더욱 극심해진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세율인하유도라는 정면돌파작전에 나선 셈이다.

학고재의 이번 작품가격과 거래내역 공개는 작가 문봉선씨의 협조 아래
이뤄진 것이 특징.

현대미술전의 경우 작품가격 공개는 작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다.

한편 문봉선씨의 이번 "북한산전"은 서울정도 6백년 기념전을 겸한
전시회로도 눈길을 끈다.

뿐만 아니라 서양화와 구분되지 않는 한국화가 유행하는 시점에서
전통한국화의 맥을 이은 수묵산수화만으로 이뤄진 전시회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문씨는 87년 동아미술상 중앙미술대전대상 대한민국미술대전대상등 큰상
세 가지를 몽땅 휩쓸어 화단안팎의 주목을 받아온 젊은 한국화가.

그간 두 차레의 개인전을 통해 역량과 개성을 인정받은 문씨는 시류에
역행해 수묵산수화전 그것도 서울의 북한산전을 갖게된 데 대해 "밝고
요란한 것만 알아주는 풍토속에 살고 있지만 내가 살아 숨쉬는 자연공간에
대해 눈을 돌려볼 시기가 아닌가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산수를 그려도 얼마든지 이시대를 반영할 수 있는 그림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

출품작은 "삼각산전도" "쪽도리 바위에서 본 인수봉" "향로봉에서 본
삼각산" "인왕산" "계곡" "구기리 마애불" "승가사" "개연폭포"등 40여점.

북한산 전역을 꼼꼼히 답사한 뒤 산의 맥을 짚어가며 그리고자 한
작품들이다.

평론가 유홍준씨는 문씨의 그림에 대해 "말쑥한 분위기와 섬세한 필묵법이
고송유수관 이인문의 그림과 닮았다. 대상에 대한 주관적 감정을 절제하고
그 느낌을 철저히 관객에게 넘겨주는 태도가 그렇다"고 평하고 있다.

<박성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