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철강업체인 신일본제철이 중국에서 전기로에 의한 철강생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각국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첫째는 어느나라보다도 큰폭의 철강수요증가가 예상되는 중국에서의 사업
이라는 점, 둘째는 덩치 큰 고로업체가 전기로사업을 벌인다는 점 때문이다.

신일철은 대표적 고로업체(대형 용광로에서 철광석을 녹여 제철)로 전기로
사업(소형 용광로에서 고철을 녹여 제강)은 이회사의 "전공"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불황으로 리스트럭처링(사업재편)이 불가피한 신일철이
자존심을 버리고 다운사이징을 통해 사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신일철의 중국진출은 우선 중국이 단지 수출시장으로 머물러 있지않을 것
이란 이유때문이다.

중국의 철강생산(조강생산기준)은 92년에 8천만t정도였으나 금세기안에
1억t으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단순계산으로 생산능력 1천만t급의 대형고
2개분이 필요하다. 실제로 신일철은 산동성에 제철소건설을 의뢰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신일철등 일본고 업체들은 총건설비가 수조엔에 달하는 고로
제철소건설에 신중하지 않을수 없었고 대신 중국의 왕성한 수요증가에 수출
을 늘려 대응하는 쪽이었다.

일본업체들의 중국강재수출량은 지난해 상반기중 약4백만t으로 반기별로는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엔고의 영향으로 이익은 별로 올리지 못해
"풍요속의 빈곤"인 상태가 지속됐다. 하반기들어서는 중국의 자금부족이란
이유도 생겨 수출량은 4분의1수준으로 줄었다.

신일철의 고위층에서는"수익성을 고려한다면 중국은 철강수출시장으로서
매력이 없어지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쓰이물산을 통해 강소성남통시에 전기로합작을 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이미 의뢰를 받아놓은 현지생산건보다 입지조건 규모면
에서 타당성이 낫다고 판단, 특별검토중에 있다.

중국진출을 고려하면서도 전기로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는 깊은 속뜻이
숨어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정도의 국토규모를 갖고 있기 때문에 건설용강재
생산은 각각의 지역에 밀착해 생산이 가능한 전기로를 택하는 쪽이 코스트
면에서 유리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내의 전기로수는 총1천6백여개를
넘고 있으며 조강생산에서 차지하는 전기로의 비중도 20%이상에 달하고
있다.

신일철이 자신의 "전공"도 아닌 전기로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중국에 대형
제철소가 여러개 세워졌을때 생길수 있는 역수출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신빙성있게 제기되고 있다.

신일철은 일본철강업계의 맏형으로서 중국에 대형제철소가 건설되면 대량
생산을 통해 싼값의 중국산강재가 일본으로 역류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란 설명이다. 과거에도 신일철은 맏형으로서 업계내부의 질서를 유지
한다는 차원에서 전기로업체인 미뉴코어사의 일본시장진출을 포기하게 만든
적이 있다. 뉴코어사는 결국 말레이시아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뉴코어사의
경우와는 형태가 다르지만 실제 한국고로업체인 포항제철이 일본의 시장
셰어를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 마음껏 고로건설을 추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본국내의 철강수요는 계속 내리막길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조강생산은
2년연속으로 1억t을 밑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올해는 더욱 악화돼
9천만t선에 턱걸이하는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특히 주요고객인 가전이나
자동차업체가 공장의 해외이전을 가속화하고 있어 철강업체들의 불안감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신일철의 중국진출은 사내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일신시켜 보기 위한
공격적인 경영이란 차원에서도 조만간 긍정적인 결론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마이 신일철사장은 사업재편으로 전반적인 권한을 본사에서
각 제철소로 대폭 이양, 제철소단위의 경영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아시아지역에서는 이익을 빨리 거둬들일수 있는 소규모의 전기로사업을
더욱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가장 큰 덩치의
신일철이 벌이는 다운사이징작업은 조만간 한국업체에도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박재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