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자씨 부도사건으로 그동안 사채시자의 자금운용패턴이 크게 달라져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실명제실시이후 제도권을 떠난 사채업자들이 개인에게 돈을 직접
빌려주거나 중소영세기업의 어음을 할인해주는 방식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는등 사채업자들의 자금운용패턴이 변화하고있다. 특히 최근들어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의 자금사정이 호조를 보임에 따라 거액의 자금을
운용하는 사채업자들이 마땅히 "돈놀곳"을 찾지못해 이같은 경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금융계에선 이같은 변화를 "실명제로 사채업자들이 자금노출을 꺼려
은행권이나 증권등 금융기관계좌를 잘 이용하지 않는데다 자금잉여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중견"이상의 기업들이 급전을 필요로하지 않는데 따른
자연적인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이번에 터진 장영자씨부도사건에서 여실이 드러나고있다.
장씨는 10년전까지만해도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을 통해 자금을 끌어들였으나
이번에는 자금력있는 사채업자들을 중심으로 백억원대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사채업자 P씨는 "실명제이전에는 사채업자들이 금융기관이란
제도권의 안전판을 끼고 자금을 운용했으나 실명제이후 거액자금을 금융기관
에 예치하기가 힘들어져 자금을 실명노출없이 운용할수있는 개인간의 거래
나 중소기업의 어음할인에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히고있다.

이번 장씨사건에도 하정림씨(여. 58)등 10여명이 장씨에게 직접 돈을
꾸어줬거나 유평상사 포스시스템등 장씨관련기업의 어음을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이들은
본인들이 장씨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직접 주장하는 사람들이고 일부
예비역장성이나 정치인등 신분노출을 꺼리는 사람들을 포함하면 20-30명의
사채업자들이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장씨 개인이나 장씨관련기업에
자금을 돌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씨의 경우 장씨의 부탁으로 서울신탁은행 압구정동지점에 "공식"예금한
것을 뺀다해도 그 이전에 별도로 20억원가량의 장씨에게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사람들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자금을
장씨에게 빌려준 것으로 확인되고있다.

이들 사채업자들이 장씨에게 돈을 꿔준것은 물론 장씨가 자신의 부동산을
담보로 했기때문이다. 그러나 자금의 안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사채업자들이
아무리 담보를 잡았다해도 거액의 자금을 개인이나 영세중소기업에 대출해
주는 것은 사채업계에선 과거에는 생각할수도 없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란게
사채업계관계자들의 얘기다.

작년 8월 실명제가 실시되기 이전까지는 사채업자들이 금융기관이란
안전판을 끼고 자금을 운용하는게 상식이었다. 사채업자들이 금융기관에
정식으로 예금을 주고 금융기관은 이 돈을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게
대출해주는 중개역할을 맡으면서 금융기관은 예금실적을 올리고
사채업자들은 안전한 거래를 해왔다. 물론 이런 거래(자금조성)에서는
공식 이율이 적용되지 않고 이들끼리 비공식적으로 맺은 약정이율이
적용되거나 일정금액의 커미션(뒷돈)을 주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였다.

실명제 실시전인 지난 92년말 이희도전상업은행 명동지점장을 자살로까지
몰고간 가짜CD(양도성예금증서)사건도 사채업자가 금융기관을 사이에 두고
자금을 운용해왔음을 분명하게 보여준 한 예였다. 은행들은 예금을
늘리기위해 기업에 대출해주면서 꺽기로 대량의 CD를 떠안겼고 돈이 급한
기업들은 사채업자를 통해 유통시장에 덤핑으로 내놓았다. 사채업자들은
CD대금이 신용이 확실한 은행에 맡겨져있기 때문에 우선 원금보장이
확실하고 중간에 할인해서 산만큼 이자를 받는다. 또 은행을 사이에끼고
기업과 실질적인 거래를 하는 자금조성방식을 통해 CD자금 대출에 따른
커미션까지 챙겨왔던게 사실이다.

결국 금융실명제 실시로 사채업자들은 금융기관이란 제도권의 안전판을
잃었고 그결과 돈돌곳이 마땅치않았던 이들이 자신들보다 한수위인 장씨등
"프로급"들에게 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육동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