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통신기술의 개발은 그동안 유선통신망을 구성해왔던 동케이블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대륙간 통신에 이용됐던 해저 동케이블도
예외는 아니어서 세계 장거리통신회사들은 광케이블로 대체된 이들의
처리에 골머리를 썩이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
이들 낡은 동케이블을 과학적 연구에 재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돼
장거리통신업체들의 고민을 하나 덜어줄 수도 있을 전망이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과학잡지인 사이언티픽 어메리칸지 최근호는 이같은
내용을 게재, 관심을 끌고 있다. 폐기처분될 해저 동케이블의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곳은 일본 동경대, 미국의 하와이대와 지진연구소(IRIS)로
구성된 공동연구팀.

이들은 해저 동케이블이 해저지진이나 해류 등 심해저환경 연구용
"센서"로 훌륭히 재활용될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연구팀은 특히 바다
한가운데서 일어나는 해저지진은 지진의 강도나 발생시기를 정확히
측정할수 있는 장소가 몇몇 섬에 불과한 등 극히 제한적일수 밖에 없는데
해저케이블의 경우, 안성마춤의 촉각역할을 할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와이대의 지구과학자인 찰스 헬스레이교수는 지구자장의 변화,
해류와 지구자장의 상호작용에 따라 대양에는 자연적인 전류의 흐름이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등에 깔려 있는 해저
케이블에 고감도의 전압측정계 같은 장치만 덧붙이고 원하는 곳에
끌어다 놓으면 과학적 활용준비는 끝나는 셈이라고 이야기한다. 이후
에는 일정기간동안 동케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전류의 변화만 관찰하면
바라는 것을 얻을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같은 정보가 해저지표층의
도전율지도를 비롯해 더욱 정확한 해류지도의 작성등에 활용될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저 동케이블의 과학적 이용을 위한 연구는 역사가 꽤 깊다. 4년전
일본의 동경대와 IRIS가 괌에서 일본까지 연결된 해저케이블의 운영권을
갖게되면서 부터라 할수 있다. 이후 미국의 AT&T등이 광케이블로 대체된
동케이블을 과학연구용으로 제공할 의사를 보이면서 이들 낡은 통신망을
해저과학연구망으로 구축하려는 구상이 가시화됐다. 여기에 최근의
실험에서 동케이블의 효용성이 구체적으로 입증됨에 따라 실제 응용이
적극 촉진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느냐 하는 것이다. 동케이블에 부착되는 장치값은 그리
비싼 것은 아니지만 동케이블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저 동케이블의
지상중계국을 그대로 이용해야 하는데 이지상중계국의 구입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이러한 계획이 다소 지체되고 있다.
그렇지만 연구소측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어 멀지않아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가 되면 심해저연구의 더듬이로서
제2의 "삶"을 살아가는 동케이블이 등장하게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