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이 앓기 때문에 나도 앓는다" "번뇌를 끊지않고서 열반에 든다"
"청정한 마음이 곧 도량이다" 불교의 대승경전중에서도 백미로 꼽히고
있는 "유마경"의 이같은 정신을 용해시킨 소설이 출간돼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있다.

작가 정찬주씨(41)가 펴낸 "소설 유마경"은 "유마경"이라는 경전을
현대소설화시킨 일종의 경전구도소설이다.
그간 불교사상을 담은 역사소설은 많이 나왔으나 불교경전이 현대소설화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작품내에 현대적인물을 대거 등장시켜
포스트모더니즘과 감성위주의 소설에 익숙한 20, 30대젊은이들이 불교
경전의 정신에 공감을 불러일으킬수있도록 쉽게 접근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있다.

"유마경은 만해 한용운스님이 입적하기 4년전인 지난40년에 번역
했읍니다. 다른 경전들은 "하지말라"일색인데 비해 유마경은 "해라,
하되 그것의 노예가 되지말라"로 돼있어 현실과 이상을 조화시킨 경전
이라고 볼수있지요. 경전자체가 희곡적이기도 하고요. 이시대가 요구하는
정신이 유마경사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에서 이소설을 쓰게됐읍니다"
정씨는 "소설속에 형상화된 유마의 정신은 "인생을 어떻게 살것인가"
"참다운 삶은 무엇인가"의 의문을 반추케하여 지혜와 처세의 깨달음을
얻게하는데 도움을 줄것"이라고 밝혔다.

동국대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82년 한국문학신인상에 소설 "유다
학사"가 당선되면서 등단한 정씨가 불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대학시절 교내서클인 불교학생회회원으로 활동하면서부터. 이후 방학때나
여가만 나면 소설습작을 절에 들어가서 했다고. 이작품은 작가가 지난
10여년간 쏟아온 "열정의 산물"인 셈이다.

정씨는 "이작품은 그간 체험을 바탕으로 써온 사소설적인 작품에서
탈피하는, 즉 소재의 한계에서 벗어나려는 첫시도"라면서 "1백일
기도에 정진하는 심정으로 쓴 이소설이 많이 소개되고 읽혀서 많은
사람들의 양식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마경은 보살의 자비를 주제로한 대승경전으로 부처를 이루기위해서
청산으로 굳이 들어갈 필요는 없으며 내가 있는 처처가 모두 청산이라는
것, 그리고 모든 중생의 고통과 병을 대신 아파하며 함께 그 번뇌를
나눈다는 독특한 철학을 지니고있다.

이작품은 만해에 대한 연구로 석박사학위를 받았으나 대학교수임용에서
탈락해 시골에 머물게된 대학의 시간강사 민준이 뱃사공 작부 낚시꾼
도박꾼 스님등을 만나면서 자신의 전공이던 만해를 다시연구하게되고
그러던중 욕망에 눈이 먼 자신의 삶을 깨닫는, 유마적인 삶에 눈을 떠
다시 도시에 돌아온다는 것이 줄거리.

문학평론가 홍기삼교수(동국대)는 "이작품에는 유마적삶을 살다간
동양의 수많은 선사들이 등장하면서 그들의 신선하고 흥미있는 일화가
전개되고있어 일상의 잠속에 빠진 우리들의 영혼을 일깨우기에 충분
하다"고 말하고 "이소설을 통해 대승불교가 어떤 도그마를 취하고있는지
이해할수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설가 최인호씨는 "정씨는 불교를 다만 종교나 어떤 지식으로 생각하는
차원을 넘어 이미 생활로서 불을 실천하고있는 작가"라면서 "유마경을
소재로한 정씨의 새소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재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