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지는 최근 93년 최우수유럽기업으로 세계
7대석유메이저중 하나인 로열더치셸(Royal Dutch/Shell)을 선정했다.

조개모양의 로고로 널리 알려진 로열더치셸그룹은 대표적인 종합석유회사로
규모나 경영실적에 있어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로열더치셸의 이같은 등극은 더욱이 석유관련회사에게는 최악의
경영환경이라는 저유가속에서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값진 것이라
할수있다.

석유업계의 "거인"은 1907년 네덜란드의 로열더치석유회사와 영국의
셸운송무역회사간의 합병을 통해 탄생했다.

두회사는 당초 각각 60대40의 지분을 갖는 조건으로 합병을 했으나 서로의
특성을 최대한 인정,상호간의 독립성을 존속시켜왔다. 현재 로열더치사는
수익의 대부분을 자회사들에 대해 갖고있는 60%의 지분에 의존하는 모회사
로 남아있고,셸사 역시 비슷한 입장에 놓여있다. 허크스트로터 회장이 이끌
고 있는 임원진은 여전히 합병기업으로서의 통합적인 이미지를 갖고있으나,
개별 자회사들은 국적에 따른 독립성을 고수하고 있다.

합병초기에는 네덜란드와 영국이라는 뿌리의 이질성으로 인해 험로가
예상됐었다. 로열더치셸은 그러나 무수한 갈등을 초래할수도 있는 이같은
합병기업의 특성을 발전적으로 이용,어느기업에 못지않은 우수한 경영실적을
보여왔다.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국제적시각을 지니고 공동의 회사문화를 가꾸어온
다국적 경영진의 뛰어난 리더십이 큰 힘을 발휘했다. 이회사의 한 고위
간부는 "회사경영자들이 다른나라에 가서 외국어를 익히면서 그곳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해결해보는 것은 권장할만한 일"이라며 경영인의 개방된
국제감각을 강조했다. 이러한 경영진들의 국제화된 마인드와 기업풍토는
이회사가 경제 무역및 정치적 난제들을 해결하는데 절대적인 기여를
해왔다.

불필요한 외부자본을 끌어들이지않는 보수적인 재정정책과 내실경영 또한
유가하락이라는 악조건속에서도 로열더치셸을 최우수기업으로 만들어준
견인차 역할을 했다.

유럽의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로열더치셸은 지속적인 국제유가하락에 큰
영향을 받지않는 회사로 평가되었다. 이는 장기적인 저유가기조에도
불구하고 정유와 마케팅분야등에서의 높은 효율성으로 충분한 수익을
올리고 있기때문이다.

로열더치셸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다른 요인으로서는 세계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경제가 본격적으로 되살아날 경우 먼저 화학산업의
활성화가 예상되는데 로열더치셸은 이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있다.
따라서 이회사의 성장여부는 유가동향보다는 오히려 세계경제의
전반적 상황에 달려있는 셈이다.

이밖에 아시아지역의 두드러진 경제성장도 이회사의 전도를 밝게 해주고
있다. 로열더치셸은 아시아지역이 환경에 대한 인식의 확산과 함께 천연
가스연료의 수요가 날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이지역에 이미 엄청난 투자
를 해놓고 있다.

이회사의 또다른 강점은 새로운 연료개발지를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찾아내는 효율성이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로열더치셸의 탐사비용은 배럴당 평균 2.50달러로 유럽석유회사들의
3.58달러나 미국메이저들의 3.97달러에 비하면 아주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로열더치셸도 경쟁회사와 마찬가지로 극복해야할 문제들이 있다.
국제유가가 지난 6개월간 배럴당 13~16달러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자본이 소요되는 각종 신규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것이다. 또한 장기적인 저유가기조는 이회사의 해외자산을 위축
시켜 기업성장에 위협적인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로열더치셸이 이러한 난제들을 특유의 견실한
경영정책과 국제화된 안목으로 무난히 해결,"우등생"으로서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할 것으로 보고있다.

<이영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