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대로 왔다는 오백여명의 아이즈 군사를 아마노는 흑문쪽에 배치
하였다. 흑문은 간에이지의 정문으로,말하자면 창의대 진지의 가장 중요한
보루인 셈이었다. 그것이 무너지면 본부가 유린당하여 전세가 대번에 휘청
기울어질 판이었다.

아이즈의 선발대라는 군사들은 모두가 자기네 번의 문장이 선명하게 찍힌
옷을 입고 있었고, 깃발도 틀림없는 아이즈의 번기였다. 그리고 각자 한
자루씩 총을 휴대하고 있었다. 물론 옆구리에는 대검을 차고서 말이다.

흑문 쪽의 방어 임무를 부여받은 그들은 그곳으로 진군해 갔다. 그들의
사기는 대단한 듯 모두가 의기 양양해 보였다.

창의대 대원들과는 겉모습부터가 판이하게 다른 아이즈 원군 선발대의
행군을 오층 누각에서 내려다보며 아마노는,

"이제 됐어. 됐다니까. 승리는 우리 것이야"하고 만면에 흡족한 미소를
떠올렸다.

그러나 얼마 후 아마노는 대경실색을 하고 말았다. 그들 오백여명이
진군해 간 흑문 쪽에서 별안간 총소리가 콩볶듯 일어났고, 야- 와- 하고
내지르는 함성과 아- 으악- 하는 비명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던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어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대원 하나가 헐레벌떡 정신없이 뛰어왔다.

"대장님, 야단났습니다. 당했지 뭡니까"

"당하다니, 무슨 소리야?"

"속았다 그겁니다. 그놈들은 아이즈 군사가 아니라, 바로 관군이었다니까요"

"뭐? 관군이라구?"

아마노는 놀라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사이고에게까지 끝내 비밀로 부쳤던 오무라의 특수작전이 바로 그것
이었다. 특수부대를 아이즈 원군의 선발대인 양 위장하여 창의대의 본진
깊숙이 침투시켜서 내부로부터 교란케 하는 작전이었다.

흑문 쪽으로 진군해 간 오백여명이 그곳을 지키고 있는 창의대 대원들을
등뒤로부터 냅다 기습했던 것이다. 아이즈의 원군 선발대가 도착했다는
소식에 기뻐하고 있던 대원들은 난데없이 그들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게 되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앞에서는 정식 관군이 공격을 하고, 뒤에서는 특수
부대가 달려드니 순식간에 그만 흑문의 방어는 무너지고, 대원들은 거의
전멸하다시피 되고 말았다.

협공작전으로 흑문을 격파한 정식 관군과 특수부대는 우루루 본진을 향해
노도처럼 진격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