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영국에서는 오케스트라들의 지원을 둘러싸고 예술위원회와
정부사이에 커다란 논란이 있었다. 예술위원회는 런던에 기반을 둔
슈퍼오케스트라창단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런던필과 로얄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예산을 줄여야한다는 정책을 폈다. 그러나 정부측은 기존
오케스트라들의 지원유지를 결정했다. 이에대해 예술위원회인사들이
"정부의 정책이 관료화되고있다"고 비판하자 전임 문화부장관 팀 렌튼씨가
"예술위원회는 폐지돼야한다"고 일갈하는등 문화부관련인사들은 예술위원회
를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영국의 문화정책이 크게 바뀌고있다. "지원은 하되간섭은 하지않는다"는
전통정책에서 벗어나 국가중심의 전략적인 예술정책으로 변모하고있다.
문화부가 독립부서로 승격되고 예술산업과 관련된 기관들이 창설되고있다.
대외공식자료에서 영국의 예술활동은 경제활동의 주요부분이고 91년에는
국가재정에 60억파운드를 기여했다고 발표하고있다. 이제 문화예술사업을
국가가 전략적차원에서 다루지않으면 국가경쟁사회에서 지탱해갈수없다는
의식이 팽배해지고있다.

영국의 변화는 우선 예술정책의 주도권이 바뀌어가고있다는 점에서
읽을수있다. 63년 발족됐던 예술.도서관청이 92년 4월 예술정책을
관장하는 문화부(DEPATMENT OF NATIONAL HERITAGE)로 독립돼 각료급장관이
생겼다. 이부처는 생기자마자 예술진흥과 문화재보호등의 기존 업무영역을
확장시켜 영화진흥및 생활문화로서의 스포츠부문 방송 관광등 레저업무를
관장하는 영국정부의 5개주요부서중의 하나로 자리잡고있다. 그동안
예술지원을 주로 담당하던 예술위원회는 4개 국립단체에 대해서만 통제권을
가지게 됐고 그기능은 점점 약화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문화전략을 꾸려가겠다는 속셈이다.

문화산업과 관련된 기관을 설치하고 제도를 정비하고있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 91년 민관합작으로 기예학교를 만들었으며 영국필름위원회를 설치했다.
기예학교는 14세와 18세사이의 학생들에게 드라마와 음악및 무용에 쓰이는
무대장치등 기술적 측면을 배우도록 하는 학교이고 필름위원회는 미국의
영화침투에 대처,그동안 정부가 간여하지 않았던 영화분야를 지원하기위해
만든 기구이다. 이와함께 88년 디자인법을 만들어 디자인을 제도적으로
육성시키고있고 관련 학교의 설립을 적극 권장하고있다.

예술분야는 매우 중요한 무형수출의 원천이라고 보면서 관광에 문화예술을
접목시키고있다. 많은 외국인들이 예술품을 보고 외화를 뿌리도록 대영제국
시절 각국에서 가져온 문화유산의 보존및 관리에 신경을 쓴다.

문화재에 대한 수출통제품이 많은 것은 물론 EU통합이후 이유산이 새로운
규칙에 의해 외국으로 반출되지않을까 우려하고있는 것도 이들이다. 도박
이나 경마등에도 관심을 가져 91년 여기서 나오는 수입금을 모아 운영되는
스포츠및 예술지원재단을 만들기도했다. 1년에 6천만파운드정도 기금이
적립되는데 이중 3분의 2가 스포츠에 3분의 1이 예술에 지원되고있다.

물론 국가차원의 페스티벌도 열리고있다. 2000년까지 영국의 도시들을
예술도시로 선정해 분야별로 예술행사를 꾀하고있다. 올해는 멘체스터시가
"연극의 도시"로 선정돼 각종 행사가 펼쳐지며 내년에는 세익스피어의
출생지인 스완시시가 "문학도시"로 선정됐다. 영국인들의 문화인식도
서서히 바뀌고있다. 국민학교에서 세익스피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것에
대해 교사들이 반발하는가하면 고전교육과 전통문화가 영국의 경제를
몰락시키는 원인이 되고있다는 지적도 일고있다. "태양이 지지않은
나라"인 대영제국의 문화정책은 그권위를 지켜가는 만큼이나 효율성이
과제로 떠오르면서 이들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힘을 쏟고있다.

<오춘호기자>